Current Date: 2024년 04월 27일

여유시론

침체 부산 경제에 케이블카가 특효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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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어느 날이었다. 아파트단지 한 커피숍에서 우연히 친한 이웃을 만났다. “ 형님, 오늘 이기대 케이블카 찬성 집회에 가면 점심도 뒤로 사주고 선물도 준다고 야단이에요. 그렇게 여론을 모으고 서명해야 시청에서 케이블카를 승인해 준답니다. 이곳 00 건설이 섭자리 저 위쪽 건물도 매입해 두었다 하지 않아요. ”

이기대가 좋아 거의 매일 오르고 있는 터라 동백섬- 이기대 케이블카 건설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 설립에도 옛 선거에 고무신 나눠주듯 선심이 뿌려지는 모양이었다.

전국 유명 관광지에 케이블카가 들어서 있는 곳이 많다. 대부분 도심의 외곽에 설치되어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경관을 조망 하도록 되어 있다. 싱가포르의 센토사 케이블카를 탄 적이 있다. 싱가포르 도시개혁을 중점적으로 보는 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주변이 아름다웠지만 별 느낌은 남지 않았다.

통영시의 케이블카는 통영시의 재정에 큰 도움을 준다지만 개설 당시와는 달리이 몇해사이 해마다 탑승객이 많이 줄고 있다고 한다. 돈벌이가 된다고 전국 경치좋은 곳 지자체가 저마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나마 후손들에게 물러주어야 할 남아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치 좋은 곳마다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알프스가 있는 스위스는 케이블카 천지가 되었을 것이다. 조물주가 창조한 대자연을 보존 하면서 최소한의 면적만을 인간이 빌려 쓰고 후손의 뜻대로 쓸 수 있도록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 선진국의 자연, 빈 공간에 대한 기본철학이다.

이기대는 군부대 주둔으로 잘 지켜져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 많다. 그 끝자락에 건물을 세우고 광안리 앞 바다에 기둥을 박고 굵고 큰 전깃줄을 연결한 케이블카가 대교보다 높이 달려 오가는 것이 과연 아름다울까. 상상만 해도 어지럽다.

지금도 주말이면 광안대교와 해운대 일대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조만간 엘시티가 정식 입주하고 동부산관광단지 조성이 끝나면 해운대는 교통 지옥화가 예견된다. 여기에 케이블카 까지 더해지면 관광객은 케이블카도 타보지 못한 채 차안에서 긴 시간을 허비할지 모른다.

동백섬 입구는 호텔, 식당가가 양분하고 있어 숲이 너무나 빈약하다. 거기다 ‘해운대’라 이름 한 신라의 대학자 고운(孤雲) 최치원 사당이 있는 동백섬 입구에까지 케이블카 건물이 들어선다면 주민들이 과연 찬성 할까. 시민들은 좋아하는 산책로를 잃고 경관도 훼손될 것이다.

정신적 가치를 하대하는 부산의 비문화적 발상이다. 남구주민들도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다. 이기대와 동백섬을 잇는 케이블카가 마치 침체에 빠진 부산경제 활성화를 치유하는 특효약이나 되듯 관광업계가 나서고 있다. 돈을 두고 두고 벌어들이려는 건설업계의 의욕은 그렇다고 치고 대학교수까지 나서고 있는 것은 진정 한심한 일이다.

항만도시 부산이 잘 살 수 있는 모델 도시는 세계 속에 많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하지만 긴 안목, 넓은 시야에서 부산경제 활로를 만들기 위해서 부산시는 더 큰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 벨리에서 이병철 회장처럼 한국 인재를 모셔와 AI 4차 산업 등 미래 산업을 키우든지 현재 있는 부산의 기업부터 살려나가도록 열정을 쏟아야 한다.

지역경제 침체도 문제지만 우선 해운대 진입 초부터 무성한 아파트가 하늘을 가려 가슴이 막힐 것 같다. 해운대는 바다를 빼고는 자연이 거의 사라졌다. 자연이 살아 있는 제주나 경포대가 관광객에게 더욱 아늑한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서구 송도 해수욕장에 이미 케이블카가 운영 되고 있다. 부산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케이블카 2곳이나 필요한지 모르겠다. 이러다간 경제를 이유로 송정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는 안나올까. 케이블카 도시가 될까 걱정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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