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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고산준봉 청정계곡 고이 물든 단풍에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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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대종사 생가 터에 세운‘겁외사’에서‘공즉지사 색즉시공’의 의미를 다시한번 깊이 새기고 기념촬영



한국의 웰니스 관광1번지로 떠오르는 산청. 전통한방 휴양관광지 동의보감촌이 알려지면서 경남 산청은 인기 휴양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롭게 만들어준다는 수많은 고산준봉과 청정계곡을 거느린 어머니의 산,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을 비롯해 청아한 물소리, 바람소리가 정신까지 맑게 하는 대원사 계곡 등 몇 날을 머물러도 못다 둘러보고 올 정도로 경남 산청은 곳곳이 비경이요, 곳곳이 볼거리 체험거리다.


본지 운영위원회(위원장 정분옥)는 지난 11월 8일 가을 단합대회 겸 힐링여행지로 산청군 탐방을 나섰다. 단풍이 절정에 달할즈음 막상 일상을 벗어나는 인근 지역 나들이는 바쁘고 하루가 부족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사치에 가까운 여유였지만, 재충전과 일의 연장선이라 애써 위로하며 리무진 한 대로 출발했다.


오전 8시 30분 부산시민회관 앞에 집결한 위원들은 산청군에서 지원한 현지 문화해설사들과의 미팅시간에 맞추어 남해고속도로를 서둘러 달렸다.


산청이 고향인 농협부산지역본부 이창호 본부장의 주선으로 산청군(군수 허기도) 문화관광과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맞추어 성철대종사 생가 ‘겁외사’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 ‘남사 예담촌’에서 고즈넉한 옛 담장너머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과 수 백년을 지켜온 매화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전통마을을 둘러보고, 이어 밤머리재 단풍견학과 동의보감촌-구형왕릉을 둘러보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돌아올 시간을 고려해 대원사, 남명조식유적, 목면시배지 등 가볼만한 명소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첫 순례지로 찾은 성철 대종사 생가에서 일행은 선승의 법문과 대중에 세세토록 남긴 철학적인 말씀에 압도되어 시작부터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유명한 성철 스님의 생가 터에 세운 ‘겁외사劫外寺’는 시간을 뛰어넘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일부터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일억, 십억, 백억, 천억, 일조, 십조, 백조, 천조, 경, 해, 지,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를 모두 각각 단위별 천 배를 하여 돌아야 ‘겁’을 셀 수 있을 만큼 천문학적인 시간과 세월의 무게를 인연설로 돌아보면 사람의 관계가 더욱 소중할까. 내 옆의 사람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사찰 앞에서 일행은 한 동안 서성였다.


겁외사(劫外寺)는 시간 밖의 절,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라는 의미로, 성철스님에 의해 지어졌다. 스님은 만년의 몇 해동안 겨울철이면 백련암을 떠나 부산의 거처에 주석하였고, 그곳을 ‘겁외사’라고 부르게 하였는데 그로부터 사명(寺名)을 딴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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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입구에는 일주문 대신 기둥 18개가 받치고 있는 커다란 누각이 있고 누각 정면에는 지리산 겁외사(智異山劫外寺)라는 현판이, 뒷면에는 벽해루(碧海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벽해루’라는 이름은 스님이 평소 즐겨 얘기하던 ‘홍하천벽해(紅霞穿碧海; 아침의 붉은 해가 푸른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다는 뜻)’라는 문구로부터 지은 것이다. 누각을 지나면 넓은 마당이펼쳐지고, 마당 중앙에 성철스님의 입상을 비롯하여 커다란 염주·목탁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겁외사는 성철스님이 이영주라는 속명으로 스물다섯 해를 살았던 곳으로, 모든 건물은 새로 건립되었다. 혜근문(惠根門)이라는 현판이 달린 문을 통과하면 정면에 선친의 호를 따서 율은고거(栗隱古居)라고
이름붙인 안채, 오른쪽에 사랑채인 율은재(栗隱齊), 왼쪽에 기념관인 포영당이 있다.


‘홍로일점설’(활활 타오르는 붉은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의 눈雪)처럼 물거품같이 사라질 세속의 것들에 연연하지 않을 무소유의 가르침을 새겼고, 깊이있는 해설을 해준 실버 문화해설사(김효영)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은 후, 일행은 나오는 길에 사찰 한 켠에 스님의 출가기를 그린 명화 앞에 멈추어 ‘공즉지사 색즉시공’의 의미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질량보존의 법칙과 에너지의 관계를 곱씹어보며 오래된 소나무 향을 음미했다.


이어 찾은 곳은 남사 예담촌. 일행은 고즈넉한 전통마을 앞에서 겨우 사색에서 벗어나 담벼락 너머 주렁주렁 달린 전통가옥 마당의 감나무에 탄성을 질렀다. 부부나 연인이 함께 걸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부부 회화나무를 통과해 성주이씨 태조 이성계 사위 집에서 입담좋은 문화해설사 노창운씨와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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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 예담촌에는 정승을 배출한 집안인 진양하씨, 성주이씨, 포은 정몽주 장손 충신집안, 전주 최씨 만석군 집을 비롯해 250여 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던 촌락인데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을 위해 폭격기를 마구 쏘아 겨우 40채만 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 마을은 모두 쌍을 이룬다. 마을의 형세가 두 마리의 부부 용이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가옥 마당 안뜰에는 굴뚝 같은 벽돌기둥이 높게 세워져 있는데 부부용이 싸우면 입에서 불을 뿜어낸다고 하여 불기운을 막기 위해 불이 지나가는 통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성주이씨 전통가옥 마루에 걸터앉아 위원 일행은 이곳 이씨 문중의 사람인 이조년의 시조를 떠올렸다. 그 유명한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가 알랴마난 다정도 병인냥하여 잠못들어 하노라’라는 시조의 주인공이다. 그가 그 옛날 이곳에서 심상을 떠올렸을 봄날의 애상적 정취와 분위기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어 두 번 째 방문한 집은 백세이상 똥칠안하고 살게 해준다는 장수와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는 거북문양 대문고리가 특이한 최씨 문중의 집이다. 양반의 화장실과 머슴들의 화장실이 엄격히 구분된 문없는 재래화장실에서 우리네 옛 선비들의 깊은 배려심을 엿보기도 했다. 문이 없으니 화장실을 다가가기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헛기침으로 신호를 알리면 볼일을 보던 선비는 헛기침으로 존재를 알리도록 해 냄새를 맡지 않도록 배려한 지혜다.


남사 예담촌을 둘러보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서둘러 예약한 한방 약선요리집 ‘조은날’을 찾았다. 산청에서는 어느 곳을 들어가도 다 맛집이다. 음식은 전라도라지만 산청의 음식도 전라도 못지않게 거나하게 차려나온다. 수십여가지의 반찬에 웰빙요리들이 모두 맛나다.


산청을 방문하면 약선요리와 산청흑돼지요리는 반드시 먹고 가야하는 대표음식이니 참고해두면 좋다. 산청군수와의 간담회 일정 때문에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랐다. 굽이굽이 산청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고개를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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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밤머리재다. 버스창으로 쑥 들어설 듯 가까이 늘어진 검붉은 단풍이 이른 서릿발에 고혹적인 빛깔을 내뿜었다. 길양쪽 옆으로 흐드러진 단풍에 일행은 소리조차 못내고 그저 입만 벌리고 휘둥그레 정신이 팔렸다. 주마간산 격으로 재를 넘었지만 밤머리재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언젠가 힐링여행을 한다면 다시 찾으리라 몇몇은 약속을 하며 산속에 보물처럼 꼭꼭 숨어있는 늦가을 수색을 다짐했다.


30~40여분을 달렸을까. 드디어 동의보감촌이다. 2013년 세계한방의약엑스포가 열리면서 세계에 알려진 이곳은 다양한 웰니스 체험이 가능한 곳으로 백두대간의 신비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천혜의 관광지다. 이곳 한방기체험장은 누구나 둘러보고 싶어하는 곳인데 석경, 귀감석, 복석정과 동의전 등이 있으며 기 수련 명상 등을 통한 심신 치유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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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허기도 산청군수가 기다리고 있는 홍보영상실을 방문해 산청홍보영상을 시청하고 위원들들을 환대한 허군수는 산청특산물인 메뚜기 쌀을 방문기념으로 전달, 우리측은 부산특산 건어물을 답례로 전달하는 훈훈한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위원들은 문화해설사 성순용씨의 안내로 둘러본 이곳에서 마음껏 기를 받았다. 저마다 품은 소원을 간절히 빌기도 하고 기를 체험 테스트를 해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했는데 동의전, 국새제작소인 전각전, 사재정, 혜민루를 돌아보고 엑스포 주제관에서 한의학의 이해를 돕는 전시물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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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지막 코스는 ‘가락국양왕릉(駕洛國讓王陵’)인 구형왕릉 돌무덤이었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돌무덤을 중심으로 높이 1m 내외의 담을 쌓고 전면 중앙 앞에 상돌과 장명등이 있으며 좌우에 문인석·무인석·돌짐승이 1쌍씩 배치되어 있는 구형왕릉은 가락국 10대 왕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사적 제 214호다.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나선 산청나들이를 통해 힐링할 수 있었다”는 위원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청정지역에서 소중한 체험을 했다”며 뿌듯해했다.


유순희 기자

[20171117일 제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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