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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18 노벨문학상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 ‘ 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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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소설 쓰기는 나 자신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일이 어른스러운 방법으로 변형된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옛날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처럼”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세계를 일축하는 그의 말이다.

신화와 전설, 외전, 비망록 등 다양한 장으를 차용한 토카르추크의 작품은 인간의 존재론적 숙명과 고독, 신과 인간의 관계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 문학평론가 피오트르 마르치슈크는 무의식, 인간의 내면심리를 묘사하는데 탁월함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출간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폴란드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는가하면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문학상을 싹쓸이하고, 전 세계 독자들의 영혼을 울리는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 올가는 대학 졸업 후 심리치료사로 일하던 중 1989년 시집 ‘겨울속의 도시들’을 발표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첫 번째 소설인 ‘책의 인물들의 여정’이 평단과 대중의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전업작
가로 전향하게 됐다. 그의 다양한 작품 가운데 심리학과 철학을 연구한 학자답게 대표작 ‘태고의 시간들’은 사용되는 용어나 지명들조차 심오하다. 불교나 동양적 사고관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혹자는 퍼뜩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태고(太古)’는 폴란드의 작은 마을이름을 지칭한다. 그것도 우주의 중심에놓인 작은 마을,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는 지명이 등장한다.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지점으로 공간이지만 시간을 대변하는 장소로, 시공을 초월한 개념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단어로 이해할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그는 작품 ‘태고의 시간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대체로 폴란드를 배경으로 글을 쓰기로 유명하다. 1996년에 출간된 ‘태고의 시간’들은 네 명의 천사가 지키는 폴란드 가상의 마을이 배경이다.

84편의 시간들로 구성된 이 소설은 가족과 이웃, 자연과 사물, 삼대에 걸쳐 짤막한 글의 주인공이 된다. 1·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학살, 공산 정권의 지배까지 폴란드의 참혹한 비극과 그 안에서도 삶을 이어나가는 인물을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아내, 독일군과 러시아군에게 강간당한 여성등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역사 속 잊힌 여성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냈다. 신화에 뿌리를 둔 여성 인물들은 자주적이며 강력하고 독립적이다.


유순희 기자

[20191025일 제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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