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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부 모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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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부처님께서 길을 가시다 길 한쪽에 버려진 한 무더기의 뼈를 보시고는 땅에 엎드려 예배를 올리셨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예배와 공경을 받아온 부처님께서 갑자기 이름 모를 뼈무더기에 절을 하시자 제자들은 어쩔 줄 몰라 당황했다. 부처님은 “이 한 무더기의 뼈가 어쩌면 내 전생의 조상이거나 여러 대에 걸친 부모의 뼈일 수도 있기 때문에 예배하느니라” 하셨다.
 
놀랍지 않은가. 나를 낳아준 부모만 부모인 줄 알고 사는 우리들 인식의 한계를 단번에 허물어버리는 위대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우리의 존재가 여기, 이 세상만을 살고 나면 그만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리의 삶이 허무한가. 백 년 남짓 살다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도덕적인 삶이나 가치 있는 삶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러나 우리의 존재는 영원하다.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굳이 불교라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그렇게 믿고 살고 있다. 왜냐하면 인륜과 도덕을 존중하고 역사가 이어지는 것이 그 증거이다. 우리의 존재가 영원하지 않은 일회성 삶을 사는 존재라면 거기에 무슨 가치관이니, 인생관이 필요하겠나. 약육강식 적자생존의동물세계와 다름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그 뼈무더기를 향해 땅에 엎드려 절한 데에는 인간만 대상이 아니다. 모든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표한 것이다. 우주 전체에 숨 쉬는 모든 생명은 나의 조상이요, 나의 부모형제라는 인식이 세상을 움직이는 도덕이요, 윤리의 기본이고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사람을 만난다. 눈을 뜨면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 남편과 아내 등 가족과 만나고 집을 나서면 스쳐 지나치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 직장 동료 등등 사람들 중에는 다시 만날 사람도 있지만 다시 못 볼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의 부모였다고 생각해보자. 그 인연이얼마나 소중한가. 우리는 부모의 몸을 받아 태어나서 자식을 또 낳고 살지만 그 인연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와 친한 사람과 친하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별을 두고 대한다. 그 차별이 생각의 벽을 만들고 갈등의 씨앗을 만든다.
 
부모의 은혜는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모시고 피부가 닳아서 뼈에 이르고 뼈가 닳아서 골수에 미치도록 수미산을 백천 번 돌더라도 오히려 부모님의 은혜는 갚을 수가 없느니라.” 하셨다.
 
만약 우리가 이와 같은 마음으로 부모를 대하듯 서로서로 사이에 가로막힌 이벽을 허물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태어나게 해준 어머니 아버지만 부모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 나아가 모든 생명들이 과거 무수한 세월 이전에 나의 부모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밉던 사람이 달라 보이고, 나 또한 그들의 부모였다고 생각하면 세상에는 용서와 화해가 모든 매듭을 풀게 될 것이다.
 
[2015525일 제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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