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30일

인터뷰

참회정진하는 삶…깨달음으로 세상을 이롭게

창간 3주년 특별대담 - 부산발전을 위한 제언
 
 
 감로사 월천 혜총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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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향 삶 자체가 포교

"지장보살님처럼 나를 잊고 남을 위한 마음이 꽉 차면 쓰고 써도 다함이 없는 복이 찾아듭니다. 왜냐하면 원이 크고 강하기에 불행의 원인인 이기심도 빨리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원근 각지의 포교현장에서 청아한 법문으로 세상을 맑고 따스하게 해온 혜총 감로사 주지스님. 조계종 제5대 포교원장으로 5년간의 중책을 수행하고 지난해 다시 부산으로 회향했다.
 
역대 어느 수행자들보다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혜총스님은 오로지 '포교'의 일념으로 조계종 개혁의 선봉에서 많은 혁신사업을 추진, 조계종 포교 재도약의 토대를 굳건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단 포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포교의 사각지대를 해소케 할 지역별·계층별전법단을 출범시켰고, 취임 직후부터 어린이 청소년 포교 3년 계획을 추진, 맴버십기능을 담은 신개념 신도증을 발급함은 물론 신도품계 제도를 새롭게 마련한 것은 큰 성과다.
 
그런 혜총스님은 지난해 회향을 앞두고 아름다운 기부로 또한번 감동을 선사했다.승가교육진흥 및 논산훈련소 군법당 건립, 승려노후복지를 위한 기금으로 3000만원을 쾌척한 것이다.
 
최근 불교계 큰 살림을 내려놓고 다시부산서 포교에 전념하고 계신 혜총스님을 만났다. 부산진구 전포동 황령산 아래 둥지를 튼 대한불교조계종 감로사.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사찰에서 10여년만에 뵌 스님은 변함없이 온화한 모습이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라는 책을 인연으로 인터뷰 차 뵈었던 혜총스님. 걸음이뜸했던 십수년 사이 대웅전 앞으로는 큰 기도도량이 우뚝 솟아올라 명실공히 3천배기도수행도량으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스님은 요즘 그동안 포교원 업무로 신경쓰지 못한 사찰관리에 여념이 없다.
 
그런 중에도 언제나 나라걱정 부산걱정이 앞서는 스님은 이번 친견에서 부산의희망적인 설계에 도움될 차고 넘치는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부산발전을 위한 구상은상상을 초월할 만큼 혁신적이다.
 
새벽까지 깨어있으라 ‘증득’의 삶
 
88올림픽이후 처음으로 다른 나라 땅을 밟아본 혜총스님. 우리 강산도 못가 본 곳이 많은데 굳이 해외에까지 나가랴 싶어 자운 큰스님의 권유에도 저어했던 스님은어느 날 전광석화처럼 무릎을 탁치는 깨달음이 번듯 스쳐 기꺼이 바깥세상을 밟으리라 마음먹었다.
 
요란한 세상의 첫 경험은 스님에게 새로운 '증득(證得)'의 순간이었다. '새벽까지 깨어있으라'는
진리도 되새겼다. 접시에 담긴 바닷물이 짠맛은 그대로지만, 단지 바닷물을 맛본 것에 불과할 뿐 바다의 광대무변함은 알 수 없듯, 구름사이로 잠깐 드러난 푸른 하늘을 일견한 것처럼 초견성(깨어남)의 순간, 직접 가서 보고 경험하는 만큼 더 큰 '증득'의 세계가 있으랴 싶었다.
 
이후 불교계 인사들을 인솔, 각국 불교의 성지를 돌며 화려한 라스베가스에서 새로운 깨달음의 세계를 접했다. "인간은 돈, 사랑, 음식, 명예, 쉼(취미) 이'오욕락'에 집착하고 살아. 중요한 것은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중요한데 자야할 시간에 자고 낮에는 낮 일을 해야지. 새를 봐봐얼마나 정확해. 해 떨어지면 자고 밝으면 일어나잖아. 그러나 늘 깨어 있으라는 의미를새겨볼 필요는 있지."
 
국제관광도시 부산을 위한 제안
 
어쨌든 향락의 라스베가스에서 '모든 것들이 중요하구나'하는 것을 느꼈다는 스님은 부산을 국제 관광도시로 활성화시키는데 접목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은 지정학적으로 관문 역할을 하는 중요한 도시야. 옛날에 스페인의 배가 좌초되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장인들을 노역으로 부려먹은 건 참 어리석은 짓이었지. 배 한 대가 보유한 첨단기술이 얼마나 많아. 이 기술을 습득하여 축적했더라면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 발전을 했을 거야. 배 수리 기술, 전쟁 무기, 지휘통제, 항만기술 등 모든 첨단기술의 집합체잖아. 그때 도망간 스페인들이 후쿠오카로 가서 칙사 대접을 받고 일본에 유익한 기술을 전파했잖아.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어?"
 
부산발전을 위해 혜총스님은 과거 문정수, 안상영 등 역대 부산시장들에게 건의도많이 했다. 낙동강을 기준으로 김해 녹산 명지 화명 진해 양산까지 부산시로 편입시키자고 수차 제의하기도. 스님은 찬란한 가야권 문화를 묶어 잘 개발하면 우리부산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선 뜻 나서는 지도자 없었다고 아쉬워한다.
 
"요즘 해운대를 보면 화가나. 해운대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야. 국제 관광도시로만들어야 하는데 고층건물만 빼곡히 지어올려 내국인만 살도록 만들어 다 버려놓았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비행장도 이곳에 두고, 기장철마에 부산역을 옮기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해. 철마가 말 그대로기차를 뜻하는 지명이기도 하거든. 진작에 내가 제안한 대로 했으면 산을 뚫을 필요도 없었고 도룡뇽 고발사건에 묶여 2년 사업 지연으로 국고 낭비를 안해도 됐지."
 
혜총스님은 내친김에 부산발전을 위한 해운대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운대에 18홀 골프장도 쌍으로 만들고 경마장도 두 곳 경쟁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거지. 눈으로 가까이에서 봐야 잘되게 마련이거든."
특히 카지노산업의 경우 관광지에서 꼭필요하다는 스님은 카지노로 인해 돈, 놀이와 술과 사람이 몰리고 관련산업도 활성화된다며 천혜의 사계절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 그것도 해운대에 라스베가스와 같은 시설을 조성하면 유럽 중동의 부호들이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해운대가 척박한 라스베가스보다는 낫지. 그리고 1천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300베드 규모의 30여개 테마 숙박시설을 장산에서 일광 이르는 곳까지 멋지게 조성하는거야. 걷기 산책로와 해운대 시가지에서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길을 만들어 숙박시설까지 테마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좋아.
 
물론 테마 숙박시설엔 각국의 전통요리를 맛볼수 있도록 테마관도 설립하고 공연장도 갖추어야 해. 최소한 3~5일, 많게는 2주일간 부산에 머물며 관광할 수 있는 있는 컨텐츠가 있어야 명색이 관광도시라 할 수 있지. 그리고 경남과 울산 경주 인근도시까지 관광코스를 연계 개발하면 관광객이 오래머물 수 있는 부산이 되고 세수도 증대되리라고 봐. 부산이 가진 천혜의 조건을 최
대한 활용하는 비전을 구상해야해."
 
반도체는 부처의 깨달음과 같은 산업
 
1994년 범어사 부주지 시절, 혜총스님은 불교신도였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경제관이 남다른 혜총스님은 강서구 명지 삼성자동차 기공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건희회장에게 "굳이 여기에 또 삼성자동차를 만들어야 되냐?"고 물었다.
 
당시만해도 이미 우리나라는 신진 대우쌍용 아세아 현대 기아 등 이미 6개의 자동차회사가 있었기에 여기에 삼성차까지 가세하면 관련산업이 경쟁만 치열해질뿐 경제발전에는 도움이 안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축하하러 온 자리에서 무슨 말씀이냐. 선친이 못다 이룬 꿈 내대에 와서 하는 삼성의 꽃이고 희망인 사업"이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고. 이때 혜총 스님은 "삼성의 꽃과 희망은 따로 있다. 부처님 뜻이 담겨있고 범어사 창건한 의상스님의 뜻이 담긴 바로 반도체 사업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는 미 독 대만 일본 등 세계 8개국이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우리나라는 겨우 4~5등 턱걸이 하는 수준이라 우리는 이제 반도체사업의 날개를 접고 주력산업을 자동차로 하기로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 스님은 "반도체는 부처님 마음이다. 하나가운데 열이 있고 열개 가운데 하나가 있다. 많은 것과 적은 것,큰 것과 작은 것 이것은 모두 하나다. 구분하지 말라는 게 부처님 말씀이다. 그게 바로 반도체다. 우리의 마음을 물질로서 형용화 시킨 것이 반도체가 아닌가. 인간이 있는 한 영원히 반도체는 필요하다. 더욱 투자하고 더 많이 메모리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과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니 더욱 노력하시오." 라고 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삼성반도체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니 얼마나다행인가."조그만 물체에 많은 것을 메모리할 수있는 크고 작음을 이미 깬 게 반도체잖아.부처님이 깨달은 건 메모리, 즉 기억력이야. 많이 메모리해도 넘치지 않지. '불망지혜' 잊어버리지 않는 지혜를 터득한 분이야. 우리는 하루 밤사이 잊어버리는데 하물며 생을 바꿔서 오면 더더욱 잊어버리지만부처님은 잊어버리지 않는 지혜를 갖고 계시는 분이니 반도체 자체가 부처의 깨달음이 담긴 사업이지."
 
경제발전, 균형정책과 브레이크역할 필요
 
당시 혜총스님은 차라리 신소재 연구에 신경써야지 남이 잘된다하니 또한 권력이있다 해서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노하우도 없이 덤볐다간 망하게 마련인 이치를 우려했던 것이다.
 
"항공이나 자동차 등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큰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브레이크 역할을 적절히 잘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오늘날 3천조 빚더미에 앉은 꼴이 아니냐"며 스님은 "뭐든 많아서 좋을 건 없다. 큰 기업 대규모 산업일수록 균형있게 국가 산업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국차차원에서 견제 육성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스님은 최근 많이 생겨나고 있는 저가항공을 우려한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조차 살아남기 어렵게 만들것"이라고. 당장은 국민들에게좋은 것 같지만 국가경제엔 큰 마이너스가 된다는게 스님의 생각이다.
"옛날에 봉사(맹인)가 집 살림을 나쁜 놈에게 맡겨놓으니 겨울날 아랫목이 뜨뜻한게 너무 좋은 거야. 땔감이 없자 지붕과 기둥을 깎아서 데워 당장은 따뜻했지만 그가떠나고 난 뒤 집이 폭삭 무너져 봉사는 죽고 말았지. 뭐가 다를까"
 
스님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한마디보탰다. 굳이 임기내 다하려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국회에 동의를 구해 한곳만 시범적으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상대적으로 혜택받지 않은 지역의 강을 개발,그 유익함을 단계적으로 타 지역까지 확대해 나가도록 하면 축적된 장비나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남아도는 몇십억 장비를 놀리지 않아도 되니 경제적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출산율제고, 여성이 행복한 세상 만들어야
 
점점 어려워지는 나라경제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혜총스님은 출산율을 끌어올려국가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생각이다.
 
맞벌이하느라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국가차원에서도 안정적인 일자리 촉진에 힘쓰고 3D종사자들의 낮은 임금은 정부가 보조해줌으로써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스님은 후대를 이어갈 모성의 건강을 위해 부부들이 건강한 자녀를 낳는데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아이를 셋 이상은 낳아야 된다"는 혜총스님. 우리나라가 상생하는 기운을 갖추려면 인구가 1억은 넘어야 대국이 된다고.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이 보다 행복한 세상이 되길 기원한다는 말도 전했다.
 
혜총스님은 …
1943년 경남 충무에서 태어나 1953년 통도사에 입산. 보경 스님을 은사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동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계했다. 해인사와 범어사 승가대학졸업.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64년 지효 스님에게서 건당(建幢).1977년 7월 부산 감로사의 주지로 부임하면서 자운대율사스님이 1992년 열반하실때까지 40년을 부모처럼 시봉했다. 1992년(50세) 범어사 부주지, 대한불교어린이 지도자연합회 총재, 대한불교사회복지연구원장, 1990년 대한불교신문 창간 등 조계종포교원장을 역임했다. 1993년 자랑스런불자상을 제정하고 1998년 실상문학상을 제정, 초대이사장을 맡아 불교문화 창달에 힘썼다.
저서로는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새벽처럼 깨어 있으라' '감로의 문을 연 부처님' '나무아미타불 예찬' '아미타 부처님을 만난 사람들' '공양 올리는 마음' 등이 있다. 출가후 초심자로 처음 의문을 갖게 된‘참회를 왜 해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스님에게 화두가 되었고 그 후 참회정진의 중
요성에 눈뜨게 되면서 오늘날 감로사의 수행방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혜총 스님.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짓는 죄업들이 많다. 그래서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 스스로 업장을 맑게 하면 내 자신은 물론 주위와 더 나아가서는 국토가 청정해진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참회기도의 참뜻이다. 참회는 수행의 첫 걸음이면서 이생을 마칠 때까지 해야 할 일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유순희 발행인
[2012년 11월 19일 제3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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