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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 폐지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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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이 아쉬운 시절이있었다. 한쪽 면만 사용한 종이를 모아서 노끈으로 묶은 후 뒷면을 연습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새 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빳빳한 새 공책을 받아들고 좋아 했다.

옛날식 화장실에는 잘라서 매달아 둔 신문지가 휴지로 쓰이기도 하고, 호떡장수는 못 쓰는 종이로 만들어진 봉투에 호떡을 담아주었고, 또 판잣집 벽에는 요즘의골판지 박스가 바람구멍을 막아주었다.

그렇게 종이가 귀한 대접을 받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넘쳐나는 것이 종이여서 그런지 폐박스는 물론 아직 돌려 읽어도 좋을 만한 동화책이나 위인전집 등도 골목길 한 모퉁이에 덩그러니 쌓여있는 것을 종종 본다.

얼마 전부터 폐지를 늘 주워가던 노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비에 젖을까 노심초사하며 몇 날을 살펴보아도 그대로 종이들이 쌓여있어 어르신께서 편찮아서 그런가 하고 까닭을 알아보니 어르신의 말이 돈이 안 된다는 하소연이다.

어르신들이 폐지를 수거해서 고물상에 갖다 주면 골판지는 Kg당 40~50원, 신문지는 50~60원 정도라고 한다. 하루종일 골목골목을 누비며 힘들게 수레에 폐지를 꽉꽉 채워가도 받는 돈은 시급에도 못 미치는 5,000원 정도인데 이마저도 고물상에서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폐지 가격이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2018 년부터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를 강화하면서 품질이 안 좋은 혼합폐지의 수입을 금지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한 해에 중국에 수출하는 폐지는 30만 톤에서 60만 톤정도인데 수출길이 막히니까 폐지는 쌓여만 가고 폐지가격이 덩달아 급락하게 되면서 고물상과 수거 노인에까지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해서 생계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는 작다고 볼 수 없다. 재활용품을 수거해가는 민간업체들이 있지만 이들이 매일 쏟아지는 폐지들을 모두 다 수거할수는 없는 현실에서 폐지를 수거하고자 골목을 누비는 어르신들이 없다면 며칠만 지나도 우리의 생활공간은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전국에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약 1백70만 명이라고 한다. 이 분들이 개인사업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을 위해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정부는 이 분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지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살펴야 할것이다.

정부가 이런 분들을 위해 세금을 쓴다고 누가 흠을 잡겠는가. 정부는 폐지 매입단가를 보전해주어서 폐지 수거가 원활하도록 돕는 제도적인 방안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남아도는 폐지를 건축물 자재나, 가축용 사료 등등 여러 산업분야에 활용할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지 연구해서 폐지의 재활용성을 높이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폐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한 장의 종이가 지구촌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종이를 아껴서 사용하자는 대국민 홍보에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20201120일 제1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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