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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불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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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스님들의 생활양식을 비롯해 사찰건축양식 등 모든 것에 큰 가르침이 스며있습니다. 범어사나 통도사처럼 큰절에 가보면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들이 서있습니다.
 
그문들을 모두 통과해야 부처님이 계시는 대웅전에 듭니다. 맨 처음 만나는 문이 일주문이지요. 범어사 일주문을 보면 4개의 기둥이 한 줄로 서있고 그 위에 지붕을 얹었습니다. 왜 이런모양인지 사람들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주문은 한마음, 일심을 상징합니다. 깨끗하고 신성한 곳에 들어서기 전에 세속을 잊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에 들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이 문을 지나고 나면 금강문이나 천황문을 만납니다.
 
이 문의 양 옆에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한금강역사나 사대천왕이 서서 사악한 무리를 경계하고 사찰을 수호합니다. 이 문을 지나면서 다시한 번 삿된 마음을 버리고 조신하며 절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다음에 만나는 문이 불이문(不二門)입니다. 불이문의 가르침은 말 그대로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이 있습니다.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닌 하나요,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뜻입니다.
 
이런 마음은 불교에서 지향하는 마음이면서 세상 사람들 누구나 추구해야 할 마음이기도 합니다. 불이문을 지나지 않으면 부처님을 만나 뵐 수 없습니다. 이 불이문은 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이 매일 살아가는 순간, 순간의 일상에도 불이문이 수없이 서있습니다. 어떤 종교를 믿든,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이 불이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불이문 앞에서 행복과 불행이 갈립니다.
 
우리가 이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으면 행복이 보장되지만 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못하면 불행해집니다. 왜냐하면불이문은 행복의 문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어디서 옵니까? 또 불행은 어디서 옵니까?
 
그 원인을찬찬히 헤아려보면 그 어떤 행복도 불행도 다 우리의 마음에서 옴을 알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화목과 불화, 사업의 성공과 실패,학업의 성취와 낙방, 훌륭한 자녀와 패륜아 등등 모든 행복의 시작은 세상을 평등하게 하나로 보는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불이문 앞에 서서 항상 상대적인 마음으로 ‘미운 사람 좋은 사람, 있다 없다,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내편이다 네 편이다’ 하면서 자신에 대한 아집과 아만에 빠져 있으면 영원히 나는 불이문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될 때 나는 당당히 불이문을 열어 제치고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부처님 앞에 엎드려 수없이 절하고, 하느님! 예수님! 목이 쉬게 불러도 그 님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은 남을 위해 배려하지 않고 끝없이 ‘너와 나’라는 상대적인세계에 머무른 채, ‘나, 나의 것’에 집착해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불이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한사람입니다.
 
불이문을 당당히 열고 들어가 행복의 님을 만나 뵙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 달려있습니다
 
[2016년 1월 25일 제72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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