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시간이나 확인하려고 틀어놓은 텔레비전에 그만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한국에는 없는 부자들’. 한 공영TV채널의 프로그램이었다. 호기심이 일었다. 대체 어떤 재벌들 얘긴가, 하고. 주제도 마음에 끌렸다.
지금 한창 우리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최 저 임 금 . 닉 하 나 우 어 (NickHanauer)라는 자수성가한 억만장자가 미국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 하고 있었다. 워싱턴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세계적인 인터넷쇼핑몰인 ‘아마존’의 초기 투자자로서 2000년까지 이사회 고문으로 재직했다.
뼛속까지 자본주의자인 그가지금 ‘최저임금 15달러’를 외치면서 동료 부자들의 눈총까지 사고있다. 그런 그에게 동료들은 “너나그렇게 해!” 하고 비웃는다. 너부터 당장 시급을 15달러 올려보라는 거다. 하나우어의 답이 의미심장하다.
자기 기업만 최저임금을 15달러 지급하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거다. 당연히 연방 최저임금이 15달러라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것이고. 하나우어는 최저임금의 문제를 일부 부자들의 선심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본다.
시장의 규칙을 바꿔야 진정 해결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강연장을 돌아다니며, 소득 상위 1%가 미국 전체 소득의 25%를 차지하는, 빈부격차와 소득 불균형을 질타한다.
“부자들이 잘 산다고 모두 잘 살수는 없다. 저는 중간임금의 1천배를 벌지만 1천배로 더 많은 물건들을 사지 않는다. 저는 바지 두벌을 샀다. 실은 2천벌도 살 수 있지만 그걸 사서 뭐 하겠느냐. 한 달에 몇번이나 이발할까. 얼마나 자주 외식을 할까. 소수의 부자들이 얼마나 부유한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결코 거대 국가경제를 이끌 수 없다.
오로지늘어나는 중산층만이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두고 하이에나 처럼 물어뜯고 있다. 그나마 힘들게 이뤄놓은 경제기반 다 허물어뜨리는 처사라고.
올해 7월 말 현재 대한민국 기업이 보유한 통화량(M2)은 694조5천246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58조1천741억원(9.1%) 늘었단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올해 안에 7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대부분 재벌기업들이다.
TV속 그의 말이 귀에 맴돈다. “상위 1% 부유층들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높이고, 그들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곡괭이를 든 성난 노동자들이 멀지 않아 그들을 찾게 될 것이다.”
[2018년 10월 24일 제105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