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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경의 지구촌의이웃들

憂鬱(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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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창밖을 내다보고 북한산 봉우리 세 개가 다 보여야 안심을 한다.
 
빛과 산이 있는 자연 속에 내가 있으니 인생은 살 만 하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봉우리들이 안 보인다. 산이 숨자 눈 아래 공원의 꽃조차 숨어버렸다.
햇빛은 짙은 커튼에 가려졌다. 미세먼지 폭탄이다. 티비서 보던 끔찍했던 스모그 속 베이징 풍경이 재현되었다. 하필 오늘나갈 일이 있어 베이징 사람들처럼 특공대처럼 황사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돌격했다.
 
나가서 아파트단지를 올려다보니 성냥갑 같은 실내가 실외보다 더 나을 리도 없어 보인다. 10미터 앞이 안 보이는 迷宮 속에서 요리조리 자동차들은 불을 밝히고 먼지 속을 헤엄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만나고 먹고 마신다. 이런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우울하다.
살고 싶지도 않다는 느낌, 급기야 탈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하던 일이다. 전쟁이나 지진을 걱정했지, 미세먼지 걱정을 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중학교 입학을 해서 ‘굳 모닝’을 영어 교과서에서 배울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좋은 아침이라니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했었다. 이제와 생각하니 날씨 인사가 그 만큼 보편적이고 무난한인사였던 것이다. ‘밤새 안녕’보다 ‘좋은 아침’ 이라는 인사는 좀 더 평화스럽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인도에는 모래바람이라는 것이 가다가다 분다. 모래폭탄의 경험은 미세먼지폭탄의 경험과는 다르다. 창문을 꼭꼭 닫고 테이프로 창문 틈새를 메우고 모래폭탄을 맞을 태세를 갖춘다. 집안으로 피신하여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바깥풍경을 신기하게 감상 하곤 했다. 어느 틈에 모래먼지 폭탄은 막아놓은 테이프 사이를 뚫고 들어와 네 얼굴 내 얼굴이 모두 뽀얗다. 그래도 그땐 지금처럼 우울하지는 않았고 색다른 경험에 웃을 수 있었다. 또 곧 떠날 남의 나라의 일이라는 것도 느긋함에 한몫 한듯하다.
 
돌아와 이제 한국의 미세먼지를 보니 그들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우울함은 날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햇빛 환한 날에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밖에 나가고 싶어진다. 겨울날 쪼그리고 양지바른 골목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노인들.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제목처럼 벌거벗고 햇빛 아래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햇빛은 푸근함을 준다.
 
다음 날도 미세먼지는 물러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제 환경문제는 강건너 불이 아니라 내 목숨과 밀접한 내문제로 다가왔다. 그렇담, 좋은 환경을 유지 시키고 후세에 남겨주어야 한다는 과제가 급선무 일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환경문제해결이라는 목적을 정하고 여생을 살아야한다. 후세에게 좋은 공기 좋은 물 좋은 자연 유산을 남겨줘야겠다는 숙제가 내머리 가득하다.
 
라디오에서 ‘도레이 첨단소재’ 이영관 사장님 강의에 귀가 번쩍 뜨였다. 중국에서는 석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석탄연소로 생기는 물질이 미세먼지가 되어서 한국에 미세먼지 폭탄을 일으켰다. 석탄사용을 할 때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기 때문이라 한다.
 
도레이에서 첨단소재 필터를 개발 중이라 한다. 이 기업이 좋은 소재를 만들어 지구환경에 기여를 한다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쓰레기 처리문제나 재활용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조그만 대야를 세면기에 놓고 손을 씻고 난 후 그 물을 변기에 버리는 일은 일본여행에서 배워왔다. 변기물 내리는 곳 윗부분이 대야처럼 되어 있어 손을 씻게 되어있고 그 물이 변기로 흘러들어간다.
 
전구를 LED로 교체하는 일, 안 쓰는 물건을 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 산보할 때 길에 나뒹구는 건전지를 줍는 일, 등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2014년 4월 25일 제5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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