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3일

인터뷰

칠순잔치 대신 지인초청 사랑나눔 가족음악회

 
 
(주)사라토가 도용복 김순금 회장 부부
 
‘거룩한 밤’ ‘아름다운 밤’ 찬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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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다 더 아름다울순 없다." "감동적이다. 가슴이 뭉클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손녀 손자 그야말로 3대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와 선율을 선사한 이색음악회가 매서운 겨울 칼바람을 훈훈하게 했다.
 
지난 12월 17일 기습한파로 영하7~9도를 오르내리던 겨울주말저녁, 2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하나같이가슴가득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앞에서 충만한 '행복'을 만끽했다.
 
아버지는 노래하고 딸들은 연주하고 손자들은 춤추고….바이올린·플루트·피아노·섹소폰·기타 등 가족의 특기와 취미에 따라 다양한 장기를 선보였다.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인근 글로빌아트홀 공연장에서 열린 '사라토가의 가족음악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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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이색 가족음악회로 지인들을 감동시켰던 (주)사라토가 회장 도용복·김순금부부. 오지탐험가이자 전국을 다니며 문화특강으로 청중들의 가슴에 ‘도전’을 심어주고지역문화예술발전에도 일조해 온 도회장, 온통 문화적 삶과 점철된 그들을 만났다.
 
부산지역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 향유가로 알려진 도용복(70)회장은 골프공 생산과골프용품 유통회사로 유명한 ㈜사라토가의 창업주. 50이 되던 해 인생의 재충전과 제2의인생을 계획하며 미지의 남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 게 오지여행가로서의 첫 출발이었다.
 
그동안 가보기 어려웠던 곳, 호기심 가득한 오지를 주 탐험지로 설정, 전 세계 130여개국 오지를 돌며 죽을 고비도 여러차례 넘겼다. 이러한 오지체험이 직접 활영한 사진과 양상자료를 통해 언론매체에 소개되면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강연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년의 절반이상을 전국강연지에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는 유명강사이기도 하다.
 
처음 몇몇 여행지를 떠날 때는 아내 김순금씨도 함께 동행했다. 취미도 취향도 부창부수려니 했던 도회장의 계산은 여행지에서 번번이 작은 의견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아내 역시 도시문화에 길들여져 온 온실의 여성임을 잊은 탓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예술사랑은 못 말리는 부창부수다. 사남매모두 음악인, 음악을 사랑하는 자녀들로 키웠고, 도회장은 지역문화예술계에서 후원자로 또는 아티스트로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고 아내 김순금씨도 바이올니스트 사라토미(도진미)가 솔로로 성공할 때까지 바라지를 아끼지 않은 1급 매니저였다.
 
그런 아내 김순금씨는 이번 가족음악회에서 총 지휘를 맡아 음악회를 성공시켰으니 그녀야 말로 진정아티스트다. 이날 가족음악회를 찾은 많은 지인들은 평소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이 자비를 들여서라도 각종 공연 초청을 자주 베풀어왔던 터라 음악하는 가족들의 연말 연주회정도로 인식하고 흔쾌히 찾았다. 온 가족이 혼연일치되어 사랑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광경에 흠뻑 취할 무렵 도회장의 칠순잔치 대신 기획된 재능기부 예술나눔 봉사의 장이었음을 알았다.
 
도회장은 "원래 이웃주민들과 함께 평범한 칠순 잔치로 하려고 하였으나, 자녀들의 제안으로 아무 의미 없는 생일잔치를 하는 것보다, 음악 가족답게 재능을 여러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차원에서 가족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음악가족 재능기부는 “당연”
 
여느 칠순잔치에서 선물을 받거나 부조금을 받는 의례는 일체 사절했다. 프로못지 않은 기획과 공연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음악회였지만 공연비는 무료로 하고 찾아온 모든 손님들에게 간단한 식사도 제공했다.
 
특히 이날 부모 없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그룹홈 '이삭의 집'의 가족 19명도 초청해 특별한 시간을 마련, 흐뭇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아내 김순금씨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 ‘이삭의 집’에 대한 내용을 듣고 손녀들에게 의미있는 제안을 했고, 어린 손주들도 모아두었던 용돈으로 쌀을 마련 이들에게 전달하는 아름다운 이벤트를 가졌다.
 
"어릴적부터 나누고 베푸는 문화, 기부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직접 체험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아내 김순금씨는 "어른들이 마련한 기부금을 아이들이 전달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모은 용돈으로 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만 물어봤을 뿐 전부스스로 결정했고 참석자들이 모두 기뻐해 보람있었다."고 말한다.
 
도회장 부부 가족중 지난해 결혼한 유명바이올니스트 도진미양을 비롯 진아(피아노), 진경(플루트)양도 음악을 전공,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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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자매는 '문 리버' '10월에 어느 멋진날에' '당신이 저를 일으켜 세웠어요' '마이 웨이' '기차는 8시에 떠나네' 등을 연주했고, 손자·손녀들도 발레나 노래로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특히 아들 진철은 회사 경영을 위해 그만두었던 섹소폰을 이날 공연을 위해 15년만에 다시 잡아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부부는 귀띔했다.
 
따뜻한 가족음악회 객석도 감동
 
이날 가족음악회 공연이 중반을 넘어갈 무렵 멀리 경남 창녕에서 왔다는 엄경순 교장선생은 도회장의 강연을 듣고 받은 감동의 감사편지를 즉석에서 낭독하는 이벤트를 선사하기도. 이에 답사하듯 도회장은 'Autumn Leaves' '대니 보이'로 감사함을 전했다.
 
도회장은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멜로매니아', ‘부산남성합창단’, '부산째즈클럽' 에서 활동하면서 다져온 그의 성악 실력이 수준급이다. 11월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렸던 오페라 나비부인에도 특별출연, 더블 캐스팅없이 4회 전 공연에서 ‘야마도리 공작’ 역할로 오페라 노래대사를 훌륭히 수행하기도.
 
"'백세 건강 시대'에 '칠순 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연말이라 흥청망청 보내는 송년회보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도회장은 평생 일구어온 업과 회사경영보다 오지여행·문화기행·음악사랑 등의 취미를 살려 전국 각지를 돌며 '강연가'로서 살아가는 제2막인생이 더 보람있고 즐겁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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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선호 동의대 교수는“거룩한 밤이라는 말이 이런 밤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며 "연말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해줘 도회장부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모임은 부부, 자식, 손자와 하는 모임이다는 말이 딱 맞는 음악회"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참석자들은 재능과 사랑을 나누는 가족의 따뜻한 음악회에 박수를 보내며 아름다운 나눔과 기부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돌아갔다.
 
4자녀 모두 결혼해 이제 노부부만 남았다는 도회장 부부. 앞으로는 손자, 손녀들 커가는 것을 보면서 사는데 재미를 붙여야 할 것같단다. "100세 시대, 인생 70을 노후라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사회를 위해서, 또 앞으로 사회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위해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도회장은 개인적으로 "막내딸 진미양이 이번에 결혼,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또 막내딸의 권유로 알래스카를 포함 미국 51개 주를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사업 때문에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자녀들의 어린시절을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크다는 도회장. 잘 돌보지 못했다기보다 최선을 다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그래서인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내가 죽기 전까지 네 아이들(손자, 손녀)은 내가 보살펴주마’라고 약속을 한다."는 이들 부부는 실제 손주들의 교육비를 전액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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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음악사랑 음악가족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던 도회장은 교회에서 풍금을 배웠다. 가정 형편 때문에 음악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사업을 하면서도 항상 음악을 가까이 하고 살아왔다고.
 
이같은 음악사랑과 열정은 30대 시절 도레미문화센터, 그래미음악실, 래미소극장 등 소 공연장 운영으로 이어졌고, 이후 부산BBS 중고등학교 교장시절 음악과 윤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부산진경찰서에서는 7년 동안 건전가요를 지도하는 등 음악인으로 성장한 자녀들 또한 음악공부를 할때 따라다니면서 반주를 해주며 자연스럽게음악의 길로 가도록 자극을 주었다.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못하듯이 아이들도 억지로 가르치려고 했다면 계속하지못했을텐데, 스스로 관심을 갖고 좋아하게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자극을 준 것이 자녀 모두 음악을 좋아하고 이제 손주들까지 온 가족이 음악가족으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던것 같다"고 말한다.
 
"먼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마다 다시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번번이 어느날다시 열병처럼 배낭을 꾸립니다. 좋은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 한 켠에 남아 지치고 힘없을 때, 삶이 무료할 때 힘이 되겠죠? 이제 부부 서로를 위한 시간에 더 많이 할애하고자합니다. 남은 삶이 후회없도록..."
 
서로가 있어 지금의 그들이 있다고 다독이는 아름다운 부부의 이야기속에 새록새록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유순희 기자
[2012년 2월 17일 제2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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