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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학

바랑을 비운 백암산조白岩散調

제목 없음.jpg효산 양원식 선생이 23번째 시집 바랑을 비운 백암산조白岩散調’(해암 출판, 13천원)을 상재했다.

지난 겨울 빙판사고로 넘어져 병원 침상에서 보낸 6개월동안 쓴 춘신 100수와 나머지 틈틈이 써놓은 100여 수에 가까운 작품을 함께 담았다.

팔순 노장 문인의 노련하고 정제된 글 조각들이 빼어나 조각가의 작품마냥 정교하고 미려하다. 곰삭은 인생철학과 지혜도 묻어난다.

지난 2000년 교직 정년 퇴임이후 전남 장성 소재 백암산 백양사 선방에서 한 철을 보내고 회향시 전계화상 서옹 큰 스님이 지어주신 법명이 백암’. 그동안 잊고 지낸 고불 총림의 기억을 더듬어 이번에 상재한 23집 제목에 담았다.

저자 양원식 선생은 훈훈한 맛이 없고 차고 무거운 바위느낌이 싫어서 즐겨 쓰지 않았던 법호였지만, 팔순을 넘기고 보니 구업(口業)’이라는 말에 두려움도 느껴지고 망어(妄語), 기어(綺語), 악구(惡口), 양설(兩舌) 등 구업을 사구(四口)라고도 하는데 벗어날 수 없는 바위, 개구견담(開口見膽)이라 했으니 색과 공을 완전히 벗은 법호로 생각하고 가슴에 흰바위 하나를 심기로 했다며 제목을 단 이유를 설명했다.

표제 바랑을 비운 백암산조는 일종의 자명기다. ‘설악산 대청백담/흐르는 영산진골/해와 달 달과 별이/물언덕 청정게송/아상을 헹구는 백암/백팔파안 청산도반/구름도 비바람도/미련도 기다림도/봄가을 조석하늘/무심을 짝한 가슴/시시로 피는 이끼를 놓아버린 개산백암.’

때로는 어린 학생이 읽어도 가슴에 와닿는 아름다운 시어로, 때로는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만큼 심오한 깨달음이 있어야 알듯한 철학적 의미를 더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경중을 넘나드는 문장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현대시조란 이런 것이다 모범답안 같은 멋진 시를 만나고 싶다면 바랑을 비운 백암산조를 펼쳐볼만하다.

유순희 기자

[2017825일 제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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