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독자칼럼

양보

 
 
 
<독자꽁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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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의 좌석이 있는 시내버스 맨 뒤쪽은 보통 5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내가 해운대에서 모라동 주공아파트 노선을 달리는 31번 시내버스 맨 뒤쪽 좌석에 앉은 건 토요일의 나른한 오후, 거제동 교대 앞에 위치한 ‘무아찻집’에서 격주로 진행하는 문학동인지 ‘꽃등’의 글 나눔 모임에 가기위해서다.

또한 버스를 즐겨 이용하는 것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하철에 비해 좀 느리긴 해도 일정간격으로 흔들리는 느낌이 무료함 대신 졸음으로 연결시켜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버스가 해운대 초입을 막 벗어나 재송동에 다다를 즈음 나이 든모녀로 보이는 두 여자가 차에 올랐다. 그녀들은 내가 앉은 뒤쪽을 쳐다보더니 다가온다.

맨 뒤쪽 한가운데 앉은 나는 순간, 옆으로 옮겨줘야 이들 모녀가 나란히 앉아 갈 것 같았기에 자리를 옮겨줬다.

그런데 양보를 받았으면 가벼운 목례나 아니면 ‘고맙다’라는 인사라도 한 마디 해야 할 것 아닌가?

당연하다는 듯의 두 여자는 앉자마자 시댁은 물론 동서와 남편의 흉부터 애꿏은 동네 사람들 험담까지 늘어놓으며 깔깔거린다.

아차, 괜히 자리를 양보해 결과적으로 떠들게 만들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고마운 것도 모르는 두 여자로 인해 내 머릿속은 해운대에서 교대 앞까지 오는 30여 분 내내 얄밉고 분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두 번 다시 자리를 양보하나 봐라 에서부터 공중도덕이 결여된 예의없는 사람들 때문에 밥상머리 교육론까지 되뇌였다.

심지어 제발 내가 내리기 전 미리 먼저 내려줄 것을 속으로 부탁했지만 그 바램은 결국 교대 앞에서 같이 내리는 것으로 끝났다
 
/ 제정우(해운대구 센텀로)
[2016715일 제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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