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曺國)은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신분을 팔고 다니면서 강연장이나 페이스북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지껄였다. “개천에서 용날 필요 없다. 붕어나 미꾸라지, 가재나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면 된다”고.
정작 자신은 자식들을 ‘용’으로 키우고자 대학 총장 표창장과 인턴십 확인증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교수들의 연구논문에 제2 저자라는 경력도 만들어 좋은 대학교에 입학시키고 의사로 키우고자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러한 혐의와 의혹은 그의 부인 정경심이 주도하고 조국이 공모했다는 의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정경심은 구속됐고 조국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절망과 실의에 빠져 있는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지는 못 할 망정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다”는 희망까지도 짓밟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 딸은 ‘용’으로 키우려 한 조국과 정경심의 빗나간 욕심은 교육자라는 얼굴에 황칠과 먹칠과 X칠을 한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조국과 정경심을 부끄럽게 만든 기사가 여론을 타고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 김해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송영준 군이 주인공이다.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주희연 기자가 쓴 ‘영준이의 6년 된 가방’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전국의 수험생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지난 4일 경남 김해외고 영준이가 들고 있는 성적표는 만점이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김해외고에 입학해 전교생 127명 중 126등에 그쳤던 영준이가 전국 1등이 됐다.
영준이는 수능 만점의 행운을 가져다 준 부적이라며 가방에 매단 장식을 보여 줬다. 부적보다 낡은 가방에 눈길이 갔다. 오래 써서 가방의 천 구석구석이 뜯어지고 손잡이는 해어져서 덜렁거렸다. 6년 전 중학교 입학때 영준이 고모가 사 준 가방이란다.
수능보는 날도 이 가방을 메고 갔다. “평소 용돈을 줄 형편이 안돼 필요한데만 쓰라고 그때 그때 돈을 주는데, 가방 하나 사라고 해도 괜찮다며 안사고 저 가방을 계속 들고 다닌다”며 영준이 어머니가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어려운 살림에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상대적 박탈감을 이겨내 대단하다고 했지만 영준이 얼굴엔 그늘이 없었다.
집안형편을 생각해 공업고등학교로 전학하려 했던 영준이는, 6년동안 써서 이곳 저곳 고장난 가방을 부끄러워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영준이의 장한 소식을 들은 독지가들이 영준이를 돕겠다는 마음을 전해오지만 영준이는 그같은 선의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능전날 학교 영양 교사가 ”언제나 성실하고 인사성 밝은 널 보며 외고에 근무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너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동안 참아 온 너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꽃길을 걸어 가기 바란다”며 편지를 써줬다.> 주희연 기자는 이렇게 썼다.
“노력해도 안된다며 자조(自嘲)하는 청년 세대가 만든 ‘노오력’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세태에서 ‘하면 된다’는 영준이의 말이 가슴에 꽂혔다. 용이 되지 않더라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말 대신 그래도 열심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영준이가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영준이는 조국과 정경심을 부끄럽게 했다. 송영준 군, 조국 같은 관변 어용 교수의 말을 듣지 말고 초심대로 노력하여 기쁜 소식 전해주기 바란다.
[2019년 12월 20일 제119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