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풍겨 나오는 우리 산촌마을의 향토색과 서정(抒情)이 그대로 품안에 고이 스며져 와 닿았다. 비록 고속철도가 굉음을 울리며 달려가고 아스팔트 포장도로에는 수많은 자동차 소음이 산촌의 고즈넉함을 흔들어 놓았지만 원형을 지키려는 평창과 봉평 사람들의 노력이 살아 있음을 실감했다.
올림픽축제라는 허울을 쓰고 자연을 훼손한 인간들의 잔인한 흔적이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봉평을 비롯한 평창에는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음에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자료를 인용 소개한다.
1936년 문예잡지 '조광(朝光)'에 이효석이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허생원'이 사랑을 나누던 '물레방앗간', '동이'와'허생원'이 다투던 '충주집', '허생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넘던 '노루목고개', 물에 빠진 허생원을 동이가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여울목, '허생원'과 같은 장돌뱅이들이 난전을 펼치던 '봉평장' '대화장' '진부장' '평창장'이 아직도 남아있다.
옥수수 잎새와 콩포기가 달빛에 푸르게 젖은 길과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도 옛모습 그대로다. 이곳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 '산협' '개살구'의 배경이 된 '남안동마을' '흥정리' '양두구미재' '오대산 월정사' '창말(창동리)' '진부시내' '속사고개'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2002년 9월7일 개관한 이효석 문학관에는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 문학의 가치,가족사항 등을 조명한 자료들을 단정하게 정리해 놓았다. 작품 배경지를 돌아보며 문학의 향기에 젖어 볼 수 있는 여러 자료들도전시돼 있었다. 2007년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평창군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생가를 복원했다. 전형적인 강원도 고산지대가 옥구조다.
비록 작가와 작품속의 주인공들은 그 현장과 무대를 떠나갔지만 그를 기리는 후세의 사람들은 오늘도 '메밀꽃 필 무렵'의 명작 현장을 찾으며 문학이 남기고 간 유방만세(遺芳萬世)의 문향에 젖고 있었다. 뻐꾸기가 아침잠을 깨워주는 봉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온 느낌은 고향같이 느껴지는 아늑한 향촌, 봉평이었다.
[2019년 6월 25일 제113호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