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튀르키예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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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629,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지상 5, 지하 4층의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면서 5백여 명이 죽고, 9백여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멀쩡한 백화점이 무너지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매일 계속되는 구조작업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생존자들이 나올 때마다 자기 가족이 살아나온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면서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갔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5일하고도 17시간이나 지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콘크리트 구조물더미 속에서 그 긴 시간동안 꼼짝달싹할 수 없는 몸을 누인 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살아난 한 생명이 있었습니다. 백화점 매장에서 근무하던 박승현 양이었습니다.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의학계에서는 기적이라 했습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물탱크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은 그녀가 의식이 깨어났을 때는 칠흑 같은 어둠과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비명과 신음소리뿐이었습니다. 아는 언니의 목소리도 들려 소리쳐 몇 번 불렀지만 곧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포클레인 소리도 들리고 기계소리도 나서 곧 구출되리라는 희망을 품었는데 곧 기계소리도 멈추고 몸을 가누기도 힘든 한 평 남짓 공간은 더욱 좁아졌습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없자 이대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평소 엄마를 따라 다니던 절에서 스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고난에 처한 중생이 간절히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면 구해주신다는 법문이었습니다. 승현 양은 자신을 걱정할 어머니를 생각하며 일심으로 관세음보살님을 불렀습니다. 승현 양의 어머니도 평소 다니던 절에 가서 끼니도 잊은 채 전심전력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보름이 지나도록 소식 없는 딸이었지만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무릎이 해어지도록 관세음보살님께 매달렸습니다.

한편, 캄캄한 땅 속의 승현 양은 점점 기력이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입으로 옹알옹알 관세음보살은 계속 불렀습니다. 그러다 승현양은 비몽사몽간에 꿈을 꾸었습니다. 어두운 동굴을 빠져나와 푸른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을 걷고 있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습니다. 얼마쯤 산길을 걷는데 절이 하나 보였습니다. 가까이 그곳은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다니던 바로 그 절이었습니다.

법당을 향해 합장을 하고 반배를 하자 한 스님이 오시더니 손에 빨간 사과를 꼭 쥐어주셨습니다. 스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려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기계로 콘크리트를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놀라 승현양은 꿈을 깼고 구조되었습니다.

불보살님의 가피력은 중생의 얕은 식견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힘이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강진이 덮친 튀르키예나 시리아, 전쟁의 공포에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보면서 그들에게도 절절한 기도의 힘, 종교적 신앙심이 절실합니다. 그 기도는 죽을힘을 다해 매달리는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 물질적인 지원만큼이나 종교가 주는 희망이 그들에게 가 닿기를 기원합니다. 다 함께 기도합시다.

[20232281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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