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태양

20220302_170941.png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마당을 쓸면 어제처럼 변함없이 태양이 솟아올라 햇살을 비춥니다. 기와지붕의 용마루를 시작으로 나뭇가지에도 잎사귀에도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법당의 부처님 상호에도, 화단의 이름 없는 잡초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아니 비추는 곳이 없습니다. 햇살을 받은 식물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으로 활기찬 아침을 엽니다. 흐린 날보다 햇살이 비치는 아침에는 산새들도 더 즐거운 소리로 지저귑니다. 기쁘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솟아올라 광명을 가져다줄까?’

신비롭고, 경이롭지 않습니까? 고마운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환한 새날을 여는 태양처럼 그렇게 살아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부처님 이래로 이 땅의 눈 푸른 수행자들은 태양처럼 살아갑니다.

중생계를 향해 태양의 광명을 깨우쳐서 세상을 향해 깨우치게 하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들은 출가한 그날부터 눈을 감는 그 날까지 변함없고 한결 같은 태양의 본연대로 살고자 다짐합니다.

태양의 변함없는 일상성(日常性)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희망을 여는 사람들은 변함없는 행이 있습니다. 더도 덜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기의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다하는 꾸준함으로 미래의 희망을 열어갑니다.

어느 날 갑자기 태양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암흑천지 아비규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서서히 땅덩어리가 식어서 결국에는 얼어 붙어버릴 것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은 태양이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식물도 양지에서 자란 식물이 음지에서 자란 식물보다 줄기도 잎도 열매도 튼튼하고 실합니다. 집을 짓거나 살집을 장만할 때도 맨 처음 고려하는 것이 햇빛입니다. 태양의 일상성이 내린 자비를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불교에서 일광보살과도 같습니다. 일광보살은 모든 중생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보살입니다. 약사여래부처님의 협시보살로서 어둠을 밝히는 달빛 같은 월광보살과 함께 중생의 현실적인 고통을 제거하여 중생이 광명 속에 안락하게 살도록 보살펴주는 보살입니다. 태양이 무량한 햇빛으로 삼라만상에 생명을 불어넣듯이 약사여래부처님께서 일찍이 보살행을 행하실 때 세운 열두 가지 큰 서원에 따라 빛나는 지혜와 덕상을 갖추고 중생을 구제합니다. 태양은 은혜를 베풀되 보답을 바라지 않는 보살과 같습니다. 무한히 주는 자비요, 사랑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은혜를 입고 살지만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살인이나 사기, 폭력으로 지탄을 받는 사람들은 더더욱 세상에서 입은 은혜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어떤 처지에 놓였더라도 어느 날 문득 아침에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에 눈길이 가거든 나 또한 태양처럼 은혜를 베풀 수 없을까 하고 마음을 열어봅시다. 나의 마음속에서 빛나는 태양으로 남에게 광명을 비출 수 있는데도 모르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봅시다. 바로 그 순간이 내 인생의 경이로운 순간입니다.

[202242814313]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