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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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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의 티우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던 티우 대통령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뜰에 소담스럽게 핀 목련꽃이었습니다. 이를 안 박 대통령이 티우 대통령의 귀국길에 목련의 묘목을 선물했습니다. 그는 크게 기뻐하며 베트남에다 옮겨 심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목련은 무성하고 튼튼하게 자라났는데, 이상하게도 그 하얗고 소담스런 꽃이 아무리 기다려도 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나라의 식물학자에게 문의를 했는데 그 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련이란 나무는 혹독한 추위를 겪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꽃이 피게 됩니다. 그렇지만 베트남은 사시사철 따뜻하기에 아름다운 목련은 영원히 필 수가 없습니다."

혹독한 시련이 없으면, 아름다운 꽃은 결코 피어나지 않습니다. 2월부터 3월에 걸쳐 피어나는 매화도 마찬가집니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 마당에 서서 묵묵히 눈을 맞고 서 있다가 봄이 오면 움이 트고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봄의 전령사라는 민들레는 또 어떻습니까? 수많은 사람과 자동차들이 밟고 지나가는 길에서도 어김없이 다시 살아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 끈질긴 생명력과 인욕은 우리들이 꼭 배워야할 덕목입니다. 우리 선인들은 민들레를 사람들이 흠모하는 아홉 가지 덕을 갖추었다하여 구덕초라고 불렀습니다. 옛날 서당 마당에는 이 민들레를 옮겨 심어놓고 조석으로 인성을 닦게 했다고 합니다.

씨가 날아 앉으면 바위 위건, 길 복판이건 마소의 수레바퀴에 짓밟혀 가면서도 참고 견뎌서 피어나고 마는 억척으로 모진 환경을 이겨냄이 일덕(一德)이고, 뿌리를 캐어 대엿새 동안 볕에 노출시킨 후에 심어도 싹이 돋고 뿌리를 난도질하여 심어도 싹이 돋아나 그 자체가 가공할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이 이덕(二德)으로 역경의 인생에 더없는 교훈을 주는 민들레입니다.

한 뿌리에 여러 송이의 꽃을 피우는데 동시에 피는 법이 없고 한 송이가 지면 차례를 기다렸다 피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차례를 아는 것이 삼덕(三德)이며, 어둠에 꽃잎을 닫고 비가 오려하거나 구름이 짙어지면 꽃잎을 닫으니 명암의 천기(天氣)를 알아 선악(善惡)을 헤아리는 것이 사덕(四德)입니다.

꿀이 많고 진해서 멀리 있는 벌들을 끌어들이니 정이 많다는 오덕(五德)이요, 새벽 먼동이 트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니 그 근면이 육덕(六德)으로 유럽에서는 농부의 시계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민들레입니다.

또 씨앗이 제각기 의존함 없이 제각각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자수성가하여 일가를 이루니 그 모험심이 칠덕(七德)이고, 그 흰 즙이 흰머리를 검게 하고 종기를 낫게 하며 학질 등 열을 내리게 하니 그 인()이 팔덕(八德)이며, 여린 잎은 삶아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된장국으로 끓여먹고 샐러드로 해먹으니 살신성인(殺身聖人)이 구덕(九德)입니다.민들레를 보면 마치 도를 닦는 수행자를 연상하게 합니다. 인욕하고 정진하되 그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위로하고 또 구하는 성스러움이 더하니 덕 높은 큰 스승이라 할 만 합니다.

                                                                                                [2022년 3월 25일 14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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