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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한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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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설에 의하며 산서성 북부에 위치한 오대산에 박쥐와 생김새가 닮은 새가 살았는데 네 개의 다리에 날개가 달렸으나 날개에 살이 많아 날지 못하는 희한한 동물이 살았다고 한다.

 이 새는 따뜻한 봄철이나 여름철이면 털이 풍성하게 자라나 매우 아름다웠다고 한다. 이때면 그 울음소리는 마치 봉황새도 나만 못해!(鳳鳳不如我) 봉황새도 나만 못해!라고 하는 듯 우쭐거리며 뽐내는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면 털이 몽땅 빠져버려서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마냥 모습이 흉했다고 한다. 이때 이 동물의 울음소리는 그럭저럭 지내자!(得過且過) 그럭저럭 지내자!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에 울부짖는 이 동물을 일러 한호새(寒號鳥)라고 불렀다.

 중국 명나라 초기에 도종의(陶宗儀)라는 학자가 펴낸 <철경록(輟耕錄)>이란 수필집에 나오는 전설이다. 한호새라는 동물이 과연 생존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동물의 울음소리에서 득과차과(得過且過)라는 사자성어가 생겼다. ‘얻을 득(), 지날 과(), 또 차()’자로 이루어져 그럭저럭 되는대로 지낸다는 뜻으로 쓰인다. 일마다 싫증을 내면서도 미래는 준비하지 않고 하루하루 그럭저럭 무사안일하게 지냄을 비유해서 쓰인다.

 겨울을 날 둥지도 준비하지 않고 여름과 가을 두 계절엔 놀기만 하다가 추운 겨울밤에 추위에 떨면서 그럭저럭 지내자. 내일 해 뜨면 둥지를 지어야지.” 하다가도 해 뜨면 둥지를 짓기는커녕 볕만 쪼이다가 또 추운 밤이 찾아오면 울면서 긴 겨울을 보낸다니 참 한심하고 딱하다 싶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차가운 바람 속에 얼어 죽게 될 판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숨이 막 넘어갈 때가 되어서 후회해본들 소용이 없다. 생전에 아무리 박식한 학자라도,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놓은 재벌이라 한들, 아무리 많은 자식들을 남겨두었다고 한들, 아무리 좋은 친구가 많다고 한들 되돌릴 수는 없다. 생사의 고통을 벗어나기는 어려우며 회한의 눈물만 흘릴 뿐이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죽는다.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늙어가는 이 죽음의 현상을 냉정하게 돌아 볼 일이다. 자신의 죽음을 먼 일로 생각하는 무사안일이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닐까. 죽음은 냉정해서 아무리 매달리며 후회의 눈물을 흘려도 더 이상 선행을 닦고 복덕을 지을 기회마저 주지 않는다. 오히려 극심한 공포만 준다.

 어느 날 불현 듯 찾아오는 죽음은 할 일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어떤 이는 어머니 배속에서 죽고, 어떤 이는 태어나자마자 죽는다.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을 가리지 않는다. 죽음은 자기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자기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헛된 망상만 쫓지 말고 지금 즉시, 지금 당장, 지난날을 참회하며 착한 업을 짓고 공덕을 닦는 마음수행에 나서야 한다.

 우리의 삶은 한편의 연극 같고, 꿈같고, 구름 같고, 번갯불과 같이 무상하다. 이 세상의 이치를 바로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결코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마음공부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무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윤회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서럽게 울면서 겨울밤을 지새우는 한호새처럼 숨이 곧 끊어질 터인데.

 

                                                                                            [2021년 12월 24일 13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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