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19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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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은 언제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평등한 모습을 비추어준다. 거울은 미인이 오면 미인을 비추고, 추녀가 오면 추녀를 비춰준다. 어떤 물체에도 변함없이 맞이해 준다. 아름다운것을 시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추한 모습에 덧칠을 하여 잘 보이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장자(莊子)는 거울-명경(明鏡)을 지극한 덕을 가진 성인의 자세에 비유했다.

 “수행이 지극한 경지에 오른 사람의 마음 씀은 맑은 거울과 같아서/ 떠나보내지도 맞아들이지도 않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비추되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그러므로 자꾸 물건을 비추어도, 본래의 맑음을 손상하는 일이없다.” 사람의 마음 씀도 무엇에 대해서나 차별이 없고, 집착이 없어야 자유자재할 수 있다.차별과 집착은 우리의 가장 큰적이다. 이 적에 끌려 다니면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은 멀어지고 행복을 찾는 사람을 자꾸 작아지게 만든다. 그릇이 작아지니 세계가 작아진다. 헛된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편을 가르고,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결국은 쌓인 번뇌에 매몰돼 스스로 괴로움을 좌초한다. 천변만화하는 세속에서 사는 우리는 부처님처럼 마음의 근원에 돌아가 일체 만상과 경계를 세밀하게 원만히 비추는 대원경지(大圓鏡智)의 완벽한 거울을 가지고 살지는 못하지만 참다운 나의 모습을 비추는 작은 거울 하나라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

부단히,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두 눈과 입과 코와 귀, 팔과 손가락의 고마움도 생각해보고 하루하루 인생도 비추어봐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거울처럼 그렇게 사셨다. 평등하게 보고, 평등하게 생각하고, 평등하게 말씀하시고, 평등하게 앉고,서고, 걸으시면서 서로 존중하는 상생의 도리를 널리 전파하셨다.

 느 때 부처님께서 라훌라에게 가르침을 주실 때 거울을 드셨다.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행동하고 있을 때, 행동한 후에 항상 비추어보라고 이르셨다. 행동 뿐 아니라 말할 때, 생각할 때도 나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지 항상 비추어보라고 하셨다. “라훌라야. 거울은 뭐하는데 쓰는 것이냐?” “비춰보는 데 씁니다.” “그래, 마찬가지로 라훌라야. 네 자신을 비추어 볼 때도 반복해서 돌아본 후에 행동해야 하고, 반복해서 네 자신을 비추어 돌아본 후에 말을 해야하고, 반복해서 네 자신을 비추어 돌아본 후에 생각을 하여야 한다.”<아함경>

 뭔가 불안한 미래, 선명하게 펼쳐진 삶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노라면 늘 불만이 가득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마음대로 안 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때일수록 나의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말 희망이 필요할 때 집착에서 벗어나 텅비워야 한다.

 거울을 보라. 매일 쳐다보는 거울이지만 거울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거울처럼 아무런 꾸밈없이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라. 아무런 가식 없이 담담하게 만상을 비추어 주되 한 점 티끌도 남기지 않는 거울 속에서 가끔씩 나의 삶을 바라보자.

[2021930일 제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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