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4월 26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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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사람이 명주 바지를 하나 선물 받았다. 마음에 무척 든 귀한 선물이라 입지도 않고 방에 걸어두고 보며 아꼈는데 어느 날 외출하고 오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아무리 찾아도 찾지를 못하자 머릿속에는 온통 이웃 사람들이 모두 용의자로 보였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용하다고 소문난 점쟁이를 찾아 가서 누가 내 명주바지를 가져갔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점쟁이가 아무 말도없이 ‘갈 지(之)’자 네 개를 써줬다. 이것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동네에서 똑똑하다는 어떤 선비에게 가서 물으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선비가 말했다. “명주 바지 입지 말지.” 우리가 사는 인생도 이런 것이다.

매일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도 따지고 보면 집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녀 사이의 사랑에서 오는 괴로움도 그렇다. 그 사람 하나 포기하면 전혀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데 집착하다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심지어 싫다는 여성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다가 괴롭히고 살생하는 등 온갖 몹쓸 죄업을 쌓는다.

괴로움이 또 다른 괴로움을 낳는다. 구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괴로움을 내가 구해서 괴로움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일상의 번민이요, 고통이다. 만족할 줄 알면 언제나 즐거움이다. 누구나 구중궁궐에서 살 수는 없다. 과거로부터 내가 지어온 업에 따라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호사를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궁핍한 가정에 태어나 일생동안 가난을 여의지 못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부모가 피땀을 흘리며 모아놓은 재산이 영원할 줄 알고 사치하다가 탕진하고 패가망신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난을 밥으로 먹으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인생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다. 집착은 사랑하는 연인에게는 병이 되기도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약이 되는 법이다. 어떻게 마음을 먹는가. 인생은 그 마음을 운전하는 운전수에게 달려 있다.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써서 행복의 문으로 들어갈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인생을 진지하게 운전해야 한다. 때로는 집착이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만족을 알고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기도 해야 한다. 허황된 신기루만 바라보며 살면 행복은 결코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나의 주어진 현재, 지금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허황된 신기루’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우상숭배이다. 절에 모셔진 불상이 우상이라고 불을 지르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 훼손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마음이 바로 우상인 줄을 모르고 있다.

 

[2021730일 제1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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