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노사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이룬 영업이익을 두고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해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냈던 사건이었습니다.
반도체는 산업혁명에 이어 가히 혁명이라 불릴 만큼 현대문명의 흐름을 바꾸어놓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기계 하나에 전화기, 사진기, 시계, 수만 권의 책, 그리고 전 세계의 정보가 다 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수만 가지 생각을 일으키고 그 생각하고 마음 쓰는 작용을 과학의 힘을 빌려 물질 속에 집어넣어 인간의 수고를 대신하게 만든 것이 바로 반도체이고 인공지능입니다. 반도체의 본질은 마음의 형상화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가르침이 과학기술을 통해 반도체로 구현된 것입니다.
우리들은 하루에 5만 가지 생각을 합니다. 불교식으로 8만4000가지 번뇌입니다. 인간은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기억하고 통제하기 어려우니 기계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은 기계나 물질에 조금도 의지하지 않으시고, 불망지(不忘智)의 깨달음으로 이 우주의 이치와 기억을 온전히 담아내셨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야말로 이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메모리 왕’이십니다.”
부처님은 수십억 겁의 전생 동안 행한 모든 선한 공덕과 수행의 과정, 수많은 생명으로서의 체험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고스란히 저장해 두셨습니다.
1994년 범어사 부주지 소임을 맡고 있던 때 부산에서 열린 삼성자동차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소승은 터 닦기 염불을 주관한 인연으로 이건희 회장과 식사를 함께하게 됐습니다. 소승은 이 자리에서 이 회장에게 “여기에 삼성자동차를 굳이 시공해야 합니까?”하고 물었습니다. 뜻밖의 질문에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었습니다.
이 회장은 스님에게 반문했습니다. “자동차 사업은 선친(이병철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삼성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것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자동차 사업은 삼성의 꽃과 희망입니다.” 그때 소승은 다시 “삼성의 진짜 꽃과 희망은 자동차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입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세상이 발전할수록 꼭 필요한 것이 반도체입니다. 빚을 내서라도 더 연구하고 생산한다면, 이 메모리 반도체가 삼성과 우리나라를 반드시 부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삼성은 틀림없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즉 작은 티끌 하나에 온 우주가 다 들어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반도체 하나에 엄청난 정보가 담기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이치로 볼 수 있습니다.”
1983년, 선대 회장이 반도체 강국을 꿈꾸며 모두의 비웃음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밤낮 없는 연구 끝에 64K D램을 개발하면서 시작된 삼성의 반도체 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의해 빛을 잃을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소승의 확신에 찬 말에 영향을 받았는지 이후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산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40년이 흐른 오늘날 삼성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 1위의 역사를 이룬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