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1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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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큰 동네라 하더라도 겨우 한 대 정도 있을까말까 했던 전화통을 지금은 어린아이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김장김치를 보관하던 장독이 실내에 들어와 있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천리 길을 기차로 2시간 정도면 달려갑니다.

인터넷이란 문화는 바다 건너 미국에 있는 사람에게 한 번 숨 쉬는 시간에 소식을 보내고, 지척에서 바라보듯 얼굴을 보며 전화까지 하게 합니다. 방대한 팔만대장경이나 두꺼운 사전도 손톱 크기만도 못한 저장매체 안에 담아놓고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습니다. 수백 곡의 노래가 든 물건을 주머니에 넣은 채 젊은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노래를 듣습니다.

이 모든 기술의 바탕에 반도체라는 물건이 있는 줄 알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런 것을 발명한 인간의 지혜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스님은 이런 인간의 발명을 보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한 말씀도 틀림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화엄경>의 대의를 함축해놓은 의상조사의 법성게法性偈에 좋은 구절이 있습니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일체진중역여시一切塵中亦如是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많은 것 속에 하나 있으니,

하나가 곧 모든 것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라네.

미미한 한 먼지 속에도 우주를 머금고 있으니,

모든 먼지 속에도 역시 이와 같네.

과학자들이 오늘날에 와서야 겨우 과학이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부처님은 이미 삼천년 전에 <화엄경>에서 이러한 진리를 이미 설파하셨던 것입니다. 이는 불교의 세계관이자 우주관입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하나의 미세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세상의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아주 작은 극미의 세계에서부터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극대의 세계는 서로 통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도 하나의 우주이고, 인간의 마음도 하나의 우주입니다. 세상은 큰 가능성의 바다입니다. 그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며 슬기롭게 살아가야 합니다. 반도체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작은 티끌에 불과합니다. 반도체와 같은 희망은 앞으로도 무한히 탄생할 것이고,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디선가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측량할 수 없는 무한가능성이기에 무량광無量光부처님이요, 무량수無量壽부처님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시공時空의 개념이 끝없이 커질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작아질 수도 있는 무한가능성의 세계 속에 살고 있으니 우리의 삶에서 불가능이란 애초에 없는 것입니다. 불가능이란 실패한 사람들이나 하는 말입니다. 나의 마음이 만든 환상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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