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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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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들이 매일 아침에 부처님께 예불을 드릴 때 읽는 축원문에 ‘문아명자면삼도(聞我名者免三途), 견아형자득해 (見我形者得解脫)’이란 말이 있다. ‘나의 이름을 듣는 이는 지옥, 아귀, 축생의 고통을 여의고, 나의 모습을 보는 이는 해탈을성취하게 하소서’하는 뜻이다.
 
새겨보면 새겨볼수록 참 거룩한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름만 듣고도 누구든 고통을 여의게 되려면 나의 이름이 갖는 가치가 얼마나 거룩하고 커야 가능하겠는가. 또 나의 모습을 보는 사람마다 그 즉시 세상의 모든 고뇌와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다니 나의 모습은 또 얼마나 청정해야 하겠는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람은 꼭 죽어서만 그런 게 아니라 살아서도 사람 구실을 하려면 제 이름값, 제 얼굴값을 해야 한다. 이름값, 얼굴값을 못해서 망신당하는 인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 사람들이 이 이치를 몰라서 그런 망신을 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알기는 알지만 탐욕과 어리석음이 자신을 망친다. 죽어가는 자신을 보면서도 마약처럼 유혹과 탐욕에 젖어 어리석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까닭이다.
 
얼마 전 세인의 눈을 찌푸리게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만 하더라도 그렇다. 젊은 시절의 준수한 용모와 자수성가한 대단한 업적은 다 어디가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식들의 싸움에 찌든 그의 노구에서 세인들은 이름값 얼굴값 못하는 초라한 말년이라 혀를 찼다. 적어도 그렇게 말년을 보내서는 안 될 그가 아닌가. 차라리 시골로 내려가 유유자적하며 사는 게 더 났지 구중궁궐 같은 호텔에서 살아본들 얼마나 더 행복하겠는가.
 
그런데 동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다른가 싶은 또 다른 재벌그룹 총수를 보게 되었으니,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가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뼈가 부스러지게 모은 2천억 원이란 전 재산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선뜻 내놓은 그의 이름값은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이 되어 살아남을 것이다.그라고 해서 욕심이 없겠는가. 기업의 목적이 이익창출인데. 그도 평생을 재물과 이익을 좇아 살아왔을것이다. 그런 사람이 그 집착의 끈을 선뜻 놓고 전 재산을 내놓는 일이 과연 쉬운 일일까.
 
이런 결정을한 그를 사람들은 진정한 애국자,영웅이라 칭송하면서 그의 기부를‘충격’이요, ‘대사건’이라고 하였다. 이런 기분 좋은 충격, 대사건이라면 매일 일어난들 좋고 좋다.‘이준용’이란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이런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기분이 좋다.
 
뭔가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는 것 같고, 뭔가 살만한 사회라는 생기를 느낀다. 이것이 이름값의 힘이다. 이름 값은 이름에 맞는 책임을 다하고, 남을 돌아보는 배려에서 생기는 것이다. 책임과 배려는 선진의식이다. 국민과 지도층이 함께 선진화될 때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일반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공인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에 맞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들이 내 이름 석 자만 입에올리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피어난다면, 내 얼굴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바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의지를 다진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2015년 10월 26일 제6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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