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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교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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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산속 암자에 노스님이 열 살 정도 되는 동자승을 데리고사셨다. 그런데 동자승은 예절도 존대도 몰랐다. 노스님을 공경할 줄도 모르고 마치 산에 풀어 키우는 짐승마냥 마음대로 컸다. 노스님에게 친구처럼 하대하는 말씨를 써도 노스님은 그냥 허허 하고 웃을 뿐이었다. 노스님이 “공양 드십시오.”하면 동자승은 “오냐 먹으마.” 하는식이었다.
 
밥 먹는 예절도 모르고 법당에서 불공드리는데 장난치는 일도 예사였지만 노스님은 일체 화를 내지도 않고 뭐라 꾸중하지도 않았다.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이지만 누가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천방지축이었다. 만일 우리가 사는 세속에 이런 아이가 살았다면 하루가 멀다하고 부모에게 꾸중 듣는 소리와 매 맞고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노스님이 볼 일도 보고 탁발도 할 겸 며칠 암자를 비우게 되었다. 노스님은 먹을거리 등을 챙겨주고 지내는 동안 별 탈 없이 잘지내도록 신신당부를 하고 암자를 내려왔다. 그런데 그때 어떤 객스님이 암자에 찾아왔다. 암자가 텅 비어 인기척이 없자 “누구 안 계십니까?”하고 두세 번 불렀다. 그러자 그 동자승이 쫓아 나와 대뜸 “니는 누고? 무슨 일로 왔노?” 했다. 객스님은 잘못 들었나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서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되겠다 싶어 그 날부터 웃어른께는 존댓말을 써야 하며, 어른을 뵙거든 공손히 인사해야 한다는 등 일상예절을 가르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노스님이 암자로 돌아왔다. 노스님이 아무개야 하고 부르는데 동자승이 쪼르르 달려 나오더니 두손을 공손히 모으고 합장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여 “스님, 먼 길 잘 다녀오셨습니까?”하였다.순간 노스님은 “누가 우리 스님을 이렇게 버려 놓았느냐?”고 장탄식했다. 그러자 뒷방에서 객스님이 나오더니 “주지스님이십니까? 동자승이 하도 버릇도 없고 예절도 몰라 소승이 좀 가르쳤습니다.” 했다. 그러자 노스님은 “스님이 우리 부처님을 다 버려 놓았습니다.” 했다.
 
때 묻지 않은 동자승에게 입혀진 기성세대의 예절이나 규범은 동자승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를 빼앗아버린 것이다. 노스님은 이 세상이 지녀야 할 가치가 바로 천진무구임을 아셨기에 세월이 흘러 동자승이 자라면서 언젠가는 사라질 천진무구를 아쉬워하셨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그저 천진한 그 모습, 그대로이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어른스러운 아이를 바라는 것 같다. 실수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아이는 아이로 바라보아야 한다. 야단을 칠때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아이를 잘 살펴야 한다. 아이가 잘못했을때는 다 까닭이 있는 법이다. 그 까닭을 헤아려 살펴주지 않고 부모가감정을 실어서 야단을 치면 아이는 마음을 다치게 된다.
 
또 부모의 야단치는 모습을 그대로 배워서 폭력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흉포화 하는것은 이 시대 기성세대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 할 수 있다. 사회가 부드럽고 온화하려면 결국 인간의 심성이 부드러워져야 한다. 그 심성은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부모의 사랑 속에서 자라는 것이지학교교육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15924일 제6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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