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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자실인의(慈室忍衣)




혜총스님3.jpg2016년도 저물어간다. 추운 겨울이면 우울하고 불행할 가정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싶은 것이 사문의 마음이다. 행복하고 싶지 않은 가정이 어디 있으랴. 행복이 무너진 가정도 처음 가정을 이루었을 때는 행복을 다짐했을 것이다.


신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에서나 친구들 간에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미소 띤 얼굴로 노력하면서도 집에만 오면 입이 툭 튀어나와 퉁명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가족에게는 위압적이고, 훈계만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 가정에 웃음꽃이 피어날리 만무하다. 가족도 화초를 돌보듯이 사랑과 애정을 쏟아야 꽃이 핀다. 꽃에 물도 주고 잎사귀도 닦아 주고, 햇볕도 알맞게 쪼여주어야 하듯이 사랑도 하고, 칭찬도 하고, 어루만지기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가정을 보자. 일상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도 곧장 자기들 방으로 직행해 밥 먹을 때나 겨우 마주하는 가족. 가정은 책망과 불만 속에 해가 뜨면 나갔다가 해가 지면 들어와서 잠깐 눈을 붙이는 싸늘한 여인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가정이라면 그 잠자리인들 편하겠는가.


행복은 아버지, 어머니만 나서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가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화사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정성을 다하는 가정이 되려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마음속에 감추어두었던 속앓이를 가족 앞에 실컷 토해내고, 뜨거운 격려도 받고,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의 허물을 자각하는 배움의 장이 되기도 하며, 살면서 만나는 막막한 벽들을 가족들과 함께 하나씩 허물어갈 수 있는 힘을 충전하는 해방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서로를 부처님 모시듯이 거룩한 존재로 바라보아야 한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에게 화사한 얼굴로 맞이하자. 학업에 지친 아이들에게는 “이리 오너라.” 솜이불 같은 자비로운 어머니가 되자.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향해 “당신이 만든 음식은 언제나 맛있어요.”라고 무한한 찬사를 드리는 남편이 되자. “너는 위대한 존재야.” 한 마디 말로 아이들이 희망찬 미래를 열정적으로 달려가도록 무한한 에너지를 비추는 태양 같은 아버지가 되자.


정다운 마음, 다정한 마음이 가족들 간에 자리해야 한다. 자비로운 집[慈室] 속에서 인욕의 옷[忍衣]을 입고 사시는 부처님처럼 살면 행복한 가정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자비로움은 꼭 불교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곳에 자비로움이 가득해야한다.


참고 견디는 인욕의 옷은 부처님만의 옷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즐겨 입어야만 할 옷이기도 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한 화초가 잘 자라듯이 따뜻한 기운, 다정한 말씨가 흐르는 가정이 행복하다.


자비로운 집에서 참고 견디는 인욕의 옷을 입고 사시는 부처님처럼 살면 세상의 가정마다 늘 웃음꽃이 필것이다. 가족들 간에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하면서 사랑하는 말, 반가운 표정으로 서로를 부처님 모시듯 하자. 정말 전하기 힘든 마음이라면 작은 쪽지라도 건네 보자. 그렇게 노력하는 가정은 태양처럼 날로 빛나고 자손은 점점 창성할 것이다.


[20161223일 제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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