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때 유태인들이 나치의 수용소에서 많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한 의사가 그 가운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 보았더니 공통점이 보이더랍니다. 그 사람들은 신체가 남달리 건강하지도 않았고 또 정신력이 강한 사람도 아니었답니다.
그 사람들은 한결 같이 정(情)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녁놀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줄도 알고, 이름 모를 들꽃의 생명력에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고합니다. 몇 년 전만해도 머리 좋은 사람이 공부도 잘하고 성공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이 말이 바뀌었습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스님이다 보니 부처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부처님께서도 감성이 참 풍부한 분이 아니셨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석가모니부처님은 태자 시절에 학문에 있어서 스승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났다 합니다. 부왕은 그런 싯달타 태자가 성장해 왕위를 계승할 것을 생각하고 얼마나 든든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태자는 어느 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부왕과 함께 농경제에 참석하게 되는데 거기서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세상의 모든 생명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고뇌했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부처님께서 얼마나 정이 풍부하고 감성이 뛰어나셨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성은 머리를 차갑게 하지만 감성은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매사에 너무 이성적으로 일을 처리하다보면 인간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일처리는 잘 할지 몰라도 차가워 보여서 사람들이 쉽게 가까이 하기를 꺼립니다. 그런 사람은 일을 떠나면 아무리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한다 해도 외롭습니다. 사람의 관계는 일을 떠나서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살기 때문에 늘 외롭습니다.
반면에 너무 감성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답답할 정도로 우유부단해 보이고 사람을 내칠 줄도 몰라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 나타나 그를 돕습니다.
세상을 잘 살려면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냉철한 이성적 사고로 사물을 쳐다보고 일을 처리하더라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감성의 여유를 조금은 남겨 두어야 합니다. 조금은 틈이있는 인생을 살아야 그래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부드러운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감성은 이성의 윤활유입니다.
감성은 우리의 인생을 윤택하게 살맛나게 합니다.
딱딱하고 위축되기 쉬운 직장이나 가족 간에 점점 대화를 상실하는 가정에서 동료나 가족 사이에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때 나도, 동료들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2016년 5월 25일 제76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