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에 고민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자율적이고, 인내할 줄도 알며, 이웃을 생각할 줄도 알아야 사회에 적응하며 사는데 이기적, 타율적으로 키운 잘못이 크다.
끙끙거리면 느긋이 지켜보지 못하고 도와주고 공부에 방해가 될까 심부름도 잘 시키지 않고, 시험기간이면 제 방청소도 않게 하는 부모가 그렇게 만든 것을 모른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으면 어른이 돼서 부모를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원망하고 대드니 누굴 탓하겠는가? 왕처럼 받들고 키웠으니 부모를 종처럼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하겠는가?
나방을 연구하는 영국의 한 과학자가 있었다. 그가 나방의 성장을 관찰해보니 처음에 고치 안에서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더니 힘들게 고치 밖으로 나와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때 그는 문득 ‘나방이 고치를 쉽게 나오도록 도와주면 좋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작은 구멍을 힘들게 빠져나오는 나방이 보기 딱해서 가위로 누에고치의 구멍을 살짝 넓혀주었다. 그러자 예상한 대로 나방은 큰 구멍을 통해서 금방 나왔다.
그런데 쉽게 구멍에서 빠져나온 나방은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무늬나 빛깔도 영 곱지 않았다. 간신히 몇 번 파닥거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 장면을 보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는 어린 나방을 위해서 도움을 베풀었는데, 나방은 결국 자기 때문에 일찍 죽어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이 성급하게 베푼 자비가 나방의 생명을 단축시켰다고 후회했다. 북해에서 잡은 청어를 산 채로 런던까지 무사히 수송하는데도 작은 지혜가 있었다.
어부는 출발하기 전에 청어가 있는 물탱크에 숭어 몇 마리를 넣었다. 왜냐하면 청어가 숭어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느라 런던까지 죽지 않고 싱싱하게 산 채로 도착한다는 것이다.
가물치가 사는 논의 미꾸라지는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느라 통통하게 살이 찌고 건강했지만, 오히려 가물치에게 잡아먹힐 것을 염려해 가물치를 다 잡아낸 논에서 자란 미꾸라지는 씨알도 굵지 않고 싱싱하지도 않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참고 견디는 공부가 필요하다. ‘성인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남을배려하는 마음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인내심은 성장하면서 몸
에 익어야 한다. 매화가 세찬 눈보라 속에 서서 차디찬 겨울을 견뎌내었기에 이듬해 맨 먼저 상큼한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선사한다.
에 익어야 한다. 매화가 세찬 눈보라 속에 서서 차디찬 겨울을 견뎌내었기에 이듬해 맨 먼저 상큼한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선사한다.
많은 학생들이 지식습득에 치우쳐 남을 배려하는 봉사심을 기르지도 못하고, 묵묵히 견디는 인내심이나 자주적인 자아실현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책임이 크다. 자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부모가 함께 복지시설 등 약자를 찾아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쉬는 날이면 가족이 다함께 집 안팎대청소라도 해보자. 이런 작은 실천이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줄 진정한 유산이요, 행복의 씨앗이 아닐까 싶다.
왕처럼 떠받들며 키운 아이는 나중에 남을 종처럼 바라보게 된다. 어려움을 극복할 줄도 모르고 일마다 불평불만에 가득 찬 사람이 된다.
[2016년 2월 26일 제73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