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도 하고 시위를 떠난 화살에 비유하기도 한다.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 해, 2016년이라고 사람들은 해맞이를 하지만 아침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해는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같을까.
병신년(丙申年), 원숭이띠 해, 2016년이라고 사람들은 해맞이를 하지만 아침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해는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같을까.
물론 같아보여도 같을 수는 없다. 이 세상에 변함없는 것은 없으니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는 분명다르다. 그러나 태양이 떠올라 뭇 생명을 비추는 일과(日課)는 변함이 없다. 하루도 거르는 일 없이 어김없이 때를 맞추어 비춘다. 그 고마움은 장엄하고 위대하다.
이세상 누가 그렇게 변함없는 마음으로 자기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중국의 임제선사가 ‘즉시현금(卽時現金) 갱무시절(更無時節)’이란 말씀을 남겼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이다. 절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자주 들려주는 깨침의 말씀으로 입에 올리지만 세속에서도 누구나 소중하게 새길 만한 말이 아닌가하여 소개한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 세월이 지닌 이 무상(無常)한 속성을 누군들 모르겠는가. 그러나 사람들은 지나가 버린 세월에 집착해 아쉬워하고, 한탄하고, 눈물 흘리면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 심지어 목숨까지 버리기도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집착해 본들 이미 흘러간 물인데도 거기서 헤어나질 못한다.
또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걱정해두려움에떨기도하고, 환상을 좇아 현재에 소홀하기도 한다. 오지 않은 미래의 일은 수많은 변수들이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나’라는 변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도 수많은 변수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오지 않은 내일이 어떻게 내 앞에 전개될 지 아무도 알수 없다. 하느님도 모른다.잠 못 이루며 밤을 지새울 정도로 머리 아픈 일이 내일 문득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미리 근심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옛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명화의 마지막에 여배우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내일은 또 다른이다”라고 한 명대사가 떠오른다. 그렇다. 미리 근심할 필요는 없다. 숲속의 호수를 바라보듯 담담하게 바라보면 된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거나 집착하지 말자.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기대하는 일도 어리석은 일이다.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최선을 다해 바로 지금을 잘 산 연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은 오게 돼 있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 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의 말을 허투루 들으면 안 된다. 그 말에 행복의 좌표가 숨어 있다. 행복은 신기루가 아니다. 모래위에 집을 짓는 허황된 마음으로 살면 진정한 행복은 영영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인생은 한 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정성으로 이루어진다. 새해에는 오늘 하루를 더 정성스럽게 살자고 다짐하자. 그런 신념과 희망으로 새해를 열어가자.
[2015년 12월 24일 제71호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