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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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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개띠 해를 맞아 새삼 개에 대해 생각해본다.

개가 인간과 함께한 지는 무려 3만 년 전부터라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 희로애락을 나누었으니 인간과 얽힌 이야기들도 많다. 전생 설화를 보면 사람이 죽어서 다시 태어날 때 개로 환생하는 경우가 많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누구네 강아지로 태어나서 다시 사람의 몸을 받은 후 좋은 업을 닦은 후 천상에 나는 등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과 개의 상호 환생 설화가 많이 전한다.

또 선가(禪家)에서는 개를 어리석음에 비유해서 개에게 돌을 던지면 개는 돌을 물지만 사자에게 돌을 던지면 던진 사람을 문다는 비유로 사물의 본질을 간파하라는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옛날 균제 사미는 전생에 경전을 통달한 비구니였는데 행색이 남루하고 어눌한 늙은 비구가 성현의 경지에 올라 있는 줄도 모르고 무시하면서 음성이 개가 짖는 것보다 못하구나.”라고 업신여겼다.

이런 구업(口業, 입으로 짓는 죄업)을 지은 과보로 균제 사미는 개의 몸을 받아 태어났다. 이처럼 말 한마디가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교훈에도 개는 등장한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의 의로운 개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고려시대에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개를 무척 사랑했는데 어느 날 벗과 함께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개와 함께 귀갓길에 취해서 정신을 잃고 길가 풀밭에 쓰러졌다. 주인이 정신을 잃은 그때 마침 근처에서 일어난 불길이 쓰러진 곳으로 번져왔다.

그의 개는 주인이 깨어나지 않자 냇가를 오가며 온몸에 물을 적셔 잔디밭을 뒹굴며 주인 곁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막았다. 그 덕에 김개인이 누웠던 자리는 불에 타지 않아 화재를 면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개는 지쳐서 불길에 타 죽었다. 뒤늦게 자신을 구하고 죽은 애견을 안고 슬퍼하며 꽂은 지팡이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지금도 후세 사람들에게 의로운 개의 희생을 기리게 하고 있다.

이외에도 1993년 대전에 팔려갔던 진돗개 백구가 주인을 찾아서 진도까지 무려 300의 머나먼 길을 달려온 이야기, 기르던 개가 은혜를 갚고자 죽으면서 명당자리를 가르쳐주어서 조상의 묘를 쓴 후 부자가 되었다는 경주 최 부잣집에 얽힌 개무덤설화등 관련 설화들이 많이 전한다. 인간과 개가 얼마나 깊은 인연의 굴레 속에 살아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예전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나 먹으며 마당 한쪽에 묶여서 집을 지키던 개가 요즘은 반려견으로 신분이 상승해 방안에서 금지옥엽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그러다보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애견들과 비례해 버려지는 개도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주인들에 의해 개에게 물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뒤처리를 하지 않은 애견의 흔적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이게 어찌 개의 탓이겠나. 개보다 못한 사람들 탓이리라.

집을 지키는 일 외에도 앞 못 보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고, 최전방에서 경계근무를 하며 나라를 지키고, 범인을 추적하고, 재해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등 개는 지금도 많은 분야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견공(犬公)들이 우리들과 오래도록 공생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야 하겠다.


[2018223일 제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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