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늘 바람 속에 살아간다. 바람은 우주만상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바람을 조심하지 않으면 불행에 빠진다.
제멋대로 흔들리다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제아무리 무쇠 같은 사람이라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서산스님은『 선가귀감』에서 여덟 가지 바람, 팔풍(八風)을 항상 조심하라고 가르쳤다.팔풍은 사람의 애욕과 증오에 따라 시시각각 불어대면서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번뇌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이(利)바람, 나에게 손실을 주는 쇠(衰)바람, 나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훼(毁)바람, 높은 자리에 올라 명예로운 예(譽)바람, 나를칭찬하는 칭(稱)바람, 나를 헐뜯고 비웃는 기(譏)바람, 나를 핍박하고 괴롭히는 고(苦)바람, 나를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낙(樂)의 바람이 그것이다.
나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바람에 흔들린다. 사노라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는데 비관하고 자책하며 바람에 흔들린다.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봐서 질투하고 훼방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작든 크든 자리라도 하나 얻으면 안하무인으로 우쭐거리며 흔들린다.
칭찬을 받으면 겸손할 줄 모르고 좋아서 흔들리고, 누가 나의 허물을 지적하고 꾸짖으면 자신의 잘못을 살피기는커녕 오히려 성내며 흔들리고, 생로병사와 좋은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괴로움, 구하는 것을 구하지 못하는 괴로움 등 인간으로서 받아야 하는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 사는 것이 이 세상 사람들의 일상사인데 자신만 당하는 줄 알고 죽겠다며 흔들리고, 즐거움이라도 찾아오면 정신을 못 차리고 바람에 흔들린다.
인생이란 이익도, 칭찬도, 명예도, 즐거움도 영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한편 불행한 처지도, 나에 대한 비방도, 나에 대한 헐뜯음도 온갖 고통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법이다.
좋았다가 나빠지고, 오늘 안 풀리다가도 자고 일어나니 문득 풀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인데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좋아할 것이며, 무엇을 좋아하고무엇을 싫어할 것인가. 그러므로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나를 흔들어대는 것들은 모두 영원하지 못한 허상이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을 하자.
1. 이利:이익이 생겼다고 좋아라고 흔들리지 말자.
2. 쇠衰:형편이 안 좋다고 한탄하며 흔들리지 말자.
3. 예譽:한 자리 얻었다고 으스대며 흔들리지 말자.
4. 훼毁:남이 나를 헐뜯음에 아파하며 흔들리지 말자.
5. 칭稱:남이 나를 칭찬함에 우쭐대며 흔들리지 말자.
6. 기譏:남이 나를 나무람에 정신 잃고 흔들리지 말자.
7. 락樂:편안하고 즐거움에 젖어들며 흔들리지 말자.
8. 고苦:모두가 겪는 고생인데 포기하며 흔들리지 말자.
[2018년 1월 26일 제96호 18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