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지나온 데에는 지혜로운 여성들의 힘이 컸다. 여성이라는 족쇄 때문에 배움에서도 소외되고 세상에 나서기조차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묵묵히 어려운 살림을 꾸리며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가정을 잘 건사해온 여성들의 지혜와 희생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 시절 어머니들에게는 자기자신은 없었다. 오로지 가족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위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면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이 자애로운 마음이 바로 가족을 지탱하고 역사를 구르게 하는 힘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여성에게도 이 자애로움은 비할 수 없는 힘의 원천이다. 아무리 시대가 여성 상위시대요, 남녀평등의 시대라 해도 자애로움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데도 자애로움이 여성들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꼭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아니라 자애로움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덕목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이타적인 사람보다 이기적인 사람이 많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안하무인이판을 치는 세상에는 자애로움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자애로움이 없이는 상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생을 이루는 지혜는 이 자애로움이 원천이다. 자애로움에서 지혜가 나오는 것이다. 자애로움이 없으면 지혜로움도 나올 수 없다. 남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자애로움은 이타적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기에 분쟁보다는 용서와 화해를 이끌고, 더불어 사는 정다운 삶을 꽃피운다. 지혜보다 지식이 앞선 사람들은 지식의 토대에서 사리를 판단하기 때문에 다분히 이기적 욕망에 휩쓸리기 쉽다.
지식인은 많이 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혜로운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지만 그것이 세상을 차갑게 한다. 냉철하게 사리를 분석하고 분명하게 흑백을 가릴 수는 있어도 이지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화합과 원융의 따스함과는 거리가 멀다.
여성의 사회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가정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충돌이 일어나기 쉽다. 이런 시대일수록 우리가 잊지 않고 간직해야 할 덕목이 자애로움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이 가지기 힘든 자애로움이란 장점을 잘 살려서 자신의 힘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누가 폭언을 좋아하겠는가. 누가 폭력을 좋아하겠는가. 누가 행복을 싫어하겠는가. 내가 싫은 일은 남도 싫은 법이고 내가 좋은 일은 남도 좋은 일이다.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애로움이다. 여성은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남성은 아버지의 자애로움을 생각하며 자신을 가꾸어 가야 사회가 따뜻하고 밝아진다.
[2017년 11월 17일 제94호 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