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의 항공사를 보유한 미국과 같은 큰 나라에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 10개가 넘는 항공사들이 작은 빵 한 조각을 서로 빼앗아먹겠다고 항공권 할인 등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니 감당이 되겠는가.
옛날에 어떤 맹인이 있었는데 사기꾼에게 속아서 재산을 맡겼다. 사기꾼은 돈은 안 벌고 까먹을 생각만하면서 맹인의 방에 불을 뜨뜻하게 때주니까 맹인은 살림 잘한다고 외려 칭찬했다. 결국 사기꾼은 집의 기둥까지 깎아 불을 때주었고 맹인은 집이 무너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이렇게 되도록 그동안 관망하고 있었던 정부가 꼭 이 맹인과 뭐가 다른가. 나라에서 사업허가도 함부로 내주어서는 안 된다. 국가발전을 위한 항구적인 시각으로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항공산업뿐만 아니다. 생활주변의 자영업들도 동종 업종이 포화상태다. 골목마다 노래방이나 PC방,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식당이나 먹거리 가게들도 마찬가지다. 비슷비슷한 업종들이 저마다 먹고 살기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거기다가 대기업들까지 서민들의 밥상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기업, 재래시장의 업주들을 울리고 있다. 나눠먹자고 남의 자리 뺏어먹는 것은 전쟁보다 무서운 짓이다.
아파트나 상가 등에 같은 업종을 제한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식당, 미용실, 꽃집, 편의점, 약국 등 생활에 필요한 업종이 다양하게 들어와야 거주민들도 편리할 건데 잘되는 업종이 하나 있으면 너도나도 덤벼들어 제살 뜯어먹기를 하다가 다 망하게 된다. 이러한 업종 제한은 집합건물 내의 상권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게 돼 상가 전체가 상생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아무리 시장경제의 논리에 따라 기업이 흥하고 쇠한다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교통정리는 정부의 몫이 아닌가 한다. 과도한 경쟁은 기업과 기업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고 필요 없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켜서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만 축내게 한다.
정부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내고자 끝없이 연구도 해야 하지만 기존 산업을 튼튼하게 살리고 보호하는 노력도 간과해선 안 된다. 많은 중소기업, 자영업들이 정체된 좁은 시장의 울타리 안에서 동종업계의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과도한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를 강구해서 잘 되는 기업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소위 3D 업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다.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도 해당 직종의 경우 인력이 모자라 애로가 많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기를 싫어하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식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쉽게 돈 벌려고 하지 않고 땀 흘려 일하는 풍토를 마련하는 교육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