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긴 장마가 또 언제있었던가 싶다. 마치 성난 하늘이 우리들을 향해 절절히 꾸짖는 사자후처럼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빗줄기에 무너지고, 터지고, 휩쓸려가고, 파묻히고, 떠내려가는 아비규환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장마는 사계절의 순환에서 오는 계절성 장마에다 지구온난화가 더해진 까닭에 그피해가 더 컸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해 인류가 다함께 대비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올거라고 경고해왔다.
유럽은 물론 시베리아 등이 열폭탄에 시달리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물폭탄이라 할 만한 홍수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온난화의 재앙이 올해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구촌 모든 국가, 지구인 모두가 비상한 마음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견딜만한 정도의 재난이 아니라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재앙으로….
세계은행(WB)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기후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 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불과 가뭄,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해일과 같은 재해가 심해지면서 살던 곳을 잃거나 버리고 떠나는 사람, 기후난민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지금 추세라면 2030년이면 북극의 얼음이 다 녹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해수면이 상승해 부산을 비롯한 여러지역이 물에 잠기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얼마전만 해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협의해 왔는데 지금은 줄이는 것도 모자라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땅바닥에 강제적으로 묻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지경에 놓였다고 한다.
당장 눈앞에서 심각한 물난리를 겪고도 정치권은 4대강건설, 댐 수문관리 잘못 운운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하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장기적 안목 없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을 배격하고 태양광 발전만 바라보다가 이제는 부족한 전력 생산을 해외의 석탄·가스 발전에 의존하려 하고 있다.
향후정권은 지구온난화에 적극 대비하는 비전을 갖춘 정권이 나라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 국민들도 온난화 대비에 앞장서야 한다. 영업을 마친 많은 거리의 가게들이 캄캄한 밤에도 전깃불을 켜놓고 퇴근하고 있다.
장사가 안 되니까 그런 줄은 이해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할까.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에어컨을 틀어놓은 가게도 많다. 사람들이 귀를 막을 정도로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기도 한다. 나 몰라라 하며 쏟아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우리의 과욕이 보인다.
전력 낭비, 과도한 식탐, 자동차 과속 질주 등 갖가지 허례허식과 지칠 줄 모르는 욕망과 사치들이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홍수를 부르고, 가뭄과 산불을 일으키고, 우리 부산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주범이다. “설마 부산이 바닷물에 잠길라고요?” 그때는 이미 늦다. 지금부터라도 겸손, 검약하게 살아야 한다.
[2020년 9월 4일 제127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