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진정세를 보이고있다. 이제 웅크렸던 몸도 기지개를 켜고 다시 힘차게 일어나기를 바란다. 불교신도들이많이 독송하는 <천수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아금지송묘진언(我今持誦妙眞言)원사자비밀가호(願賜慈悲密加護)
도량이 청정해서 더러운 티끌이 없어지니/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청정한 스님들, 천룡팔부의 천신들께서 이땅에 내려오시네./ 제가 지금묘한 진언을 외우오니/ 원하옵건대 자비를 내리시어 비밀스럽게 지켜 주시옵소서.
어렵고 힘들 때면 몸도 마음도 지쳐서 축 처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 우리의 내면을 일깨우고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일이 청소가 아닌가 한다. 위의 게송 가운데 ‘도량’은 꼭 산중의 절만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의 몸도 될 수 있고, 세속의 가정이나 가게, 직장도 될 수 있다. 내가 머무는 곳은 어느 곳이나 다 도량이다.
이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예전에는 어머님이 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곱게 빗으시고 부엌으로 나가 조왕신께 절하고 밥을 지으시면 아버님은 마당을 대나무 빗자루로 쓰셨다. 그렇게 아침이 열린다. 바로 청정한 도량이요, 청정한 아침이다.
절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벽에 부처님 전에 예불을 드리고 나면 모든 대중들이 마당을 깨끗이 쓴다. 매일 매일 쓸어서 마당이 깨끗해도 매일 밥을 먹듯이 마당을 쓴다. 이것이 수행자의 기본이요 일과이다. 왜이렇게 쓸고 또 쓰는가. 바로 청정(淸淨), 내가 사는 곳을, 나의 육신을, 나의 말을, 나의뜻을 맑고 깨끗하게 해야 삼보님과 천룡팔부의 착한 신들이 강림하심을 알기 때문이다.
착한 신들이 강림한다는 것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다. 실제로 강림하신다. 누구보다 일찍 내 집 앞을 쓸고, 나의 가게 앞을 쓸고, 나의 직장을 반짝반짝 빛나게 쓸어보시라. 어떤변화가 일어나는지. 나쁜 바이러스는 침범하지 못한다. 행복 바이러스가 찾아들고, 나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착한 인연들이 나를 외호하게 된다. 그러니 장사도 사업도 잘 되고 가정은 화목하고 번창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도 청정하지 못한 인류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아닌가 한다. 습관처럼 물욕과 편리에 물들어 환경을 파괴하고, 물질과 외향의 유혹에 자신을 내맡기는 사이 우리의 주변에, 나의 마음에 먼지가 켜켜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둔감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모른다.
동서남북 사방에 물을 뿌리고, 마당을 쓰는 것으로 아침을 열자. 그래서 나의 주변에 맑고 깨끗한 꽃을 피우자. 행복을 마냥 기다리지만 말고 그렇게 조금씩 한 걸음씩 청정으로 나아가 스스로 착한 인연을 불러들이자. 행복은 아침의 태양처럼 나를 찾아올 것이다.
[2020년 4월 24일 제123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