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이 어김없이 나뭇가지에 물을 올리고 꽃을 피우건만 사람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시린 겨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속되면서 모든 사람들이 몸을 움츠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게되고 벽을 만들게 되니 거리는 한산하고 상인들은 죽겠다는 아우성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의 가슴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상생(相生)과 자비(慈悲)이다. 이 세상 생명들은 어느 하나 하늘에서 홀로 뚝 떨어진 존재는 없다. 세계는 하나의 꽃이요,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쪽에서 흔들리면 머나먼 미국 땅에까지 흔들림이 전하는 법이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고, 네가 웃어야 나도 진심으로 편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다.
그러니 상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들의 이기주의적 관념이야말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파괴하는 근원인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이 혼돈 속에서 갈팡질팡할 때 마음, 마음마다 자비심으로 무장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공생(共生)하는 존재이므로 적극적으로 상생하려는 자비심으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다움으로 사는 길이다.
우리가 상생할 때 웃음꽃이 피고 행복의 꽃이 활짝 핀다. 그래도 착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감면해주고, 전국 방방곡곡의 국민들은 어려운 지역에 작은 정성들을 보내 힘내라고 응원하고, 기업이나 연예인등 사회의 공인들이 솔선수범해서 이웃을 돌아보는 소식들을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다. 아무리 큰어려움이 닥쳐도 그런 마음들이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좋은 날은 오게 되어 있다.
인생철학서,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이 말했다. “하늘이 나를 몸으로써 괴롭히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이를 보충하고, 하늘이 내게 액을 만나게 하면 나는 나의 도를 높여 이를 통하게 하리라.”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맞이해 우리 국민 모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용히 돌아보면서 삶의 철리(哲理)를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즐거운 순간이 찾아와 고통이 사라지는가 싶으면 다시 또 다른 괴로움이 밀물처럼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삶의 지혜이다. 그 지혜로움의 중심에 상생과 자비가 있다. 상생하려하는 마음과 자비로움만 있으면 가족은 서로서로 걱정해주고 보듬어주게 되니 위아래가 모두 행복의 바이러스를 전파해 저절로 극락세계를 이루게 된다.
이런 가정과 이웃이 많아지면 자연히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겠나.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마른 풀을 짊어지고 무사히 빠져 나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제멋대로 탐욕으로 뭉친 사람에게 가르침을 들려주는 일이라했다.
하지만 산승은 호화로운 임금의 수레도 부서지듯 우리 몸도 늙으면 허물어지는 줄 알기에 오로지 덕행을 쌓아 가는 일만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부디 자비롭기를. 그래서 세상이 상생하기를….
[2020년 3월 27일 제122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