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에 ‘구구(久久)하면 필유입처(必有入處)라.’는 말씀이 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오래오래 지극한 마음으로,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 꾸준히 행하면 반드시 들어가는 곳이 있다는 말씀이다.
무슨 일을 이루려면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다. 세속이든 출가한 수행자들이든 뭔가 성취하려는 사람은 꼭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다. 내가 갈 길이 이 길이다 하고 물이 나올 만한 곳을 찾았으면 물이 솟아나올 때까지 끝장을 보아야 한다.
끝까지 파내려가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이곳보다 저곳이 좋을까 흔들린다. 또 어떤 사람은 물이 나오기 직전에 지쳐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참고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그 한 걸음의 한계에 져서 더 나가지를 못한다. 그렇게 해서는 이룰 수가 없다.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원을 세우면 온갖 장애가 끊이지 않고 다가온다.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성취하려는 일을 별 것이 아니라고 헛되다고 그만두라고 하기도 하고, 또 내 마음이 굳세지 못하고 흔들리는 촛불처럼 이리저리 요동친다. 이육신도 편한 것이 좋다고 자꾸 게으른 쪽으로 유혹한다.
이런 온갖 장애로부터 자기를 지키지 못하면 단 한 가지의 원이라도 성취하기 힘들다. 이런 장애가 바로 우리를 해치는 악마, 마군이다. 이런 것이 나에게 닥치면 곧바로 나의 마음을 관해야 한다. ‘아, 손님이 또 왔구나. 이 손님을 물리쳐야 내가 광명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네가 억겁의 세월동안 나를 얼마나 괴롭혔느냐? 이제 나는 너를 확실히 알았다.
너에게 더 이상은 속지도, 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면서. 그리고 이 원을 이루지 못했을 때 고통 속에서 방황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괴로워 하는 지옥 같은 나의 삶을 떠올려 보자. 그런 후 굳센 마음을 내어야 한다. 나는 한 사람이지만 억겁의 세월동안 나를 괴롭힌 마군은 수천, 수억보다 많기 때문에 이 마군을 이기려면 보통의 마음으로는 어림없다.
금강과 같은 굳센 마음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 물밀듯이 밀려오는 악마의 군대는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다. 오로지 나 혼자서 대적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굳센 마음을 일으켜 처음 세웠던 원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한다.
한결같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 간절하고 지극한 이 마음이 우리를 행복한 세계로 이끄는 열쇠이다. 이 마음이 되어야 천지신명이 감응하고, 세속의 소원도 성취되고, 학생은 관문을 뚫고, 사업자는 사업이 번창한다. 이 도리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잠들때까지 매일, 순간마다 자기의 몸과 말과 생각을 잘 지켜서 원을 성취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지 못했더라도 이 순간부터 바꾸면 된다. 온갖 유혹을 떨치고 큰마음을 내는 그 순간이 성취의 경계이다. 그 경계를 오래 오래 지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행복을 구하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감나무 밑에 누워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같다. 다만 오늘도, 내일도, 구구(久久)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좋은 소식이 온다. 경자년 새해 부디 이 인연으로 모두 다 원하는 일 성취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
[2020년 1월 24일 제120호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