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야기된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게 저지른 행위를 보면 도저히 용서가안 된다. 임진왜란 때는 우리나라 사람의 귀와 코를 베어가고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해가고, 또 도자기 기술자, 도공(陶工)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근세에는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등등 일본이 자행한 차고 넘치는 역사적인 부끄러운 과오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지금은 우리나라가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숙명적으로 우리는 미운 사람도 좋은 사람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바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바세계란 이 세상은 꼬인 실타래와 같은 세상이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지혜롭게 풀어가면서 살아가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이 밉지만 미워서 ‘죽어라! 죽어라!’ 한다고 미운 사람이 쉽게 죽지도 않는다.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이번 아베 정부의 경제 조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향해 다함께 묵묵히 준비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지혜로운 길이다. 아베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를 냉철하게 돌아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밖으로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알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일본이 저지른 인권침해의 역사를 더욱 폭넓게 알려서 국제적인 여론을 조성해 일본을 압박해 나가면서 안으로는 우리의 경제 체질을 강화해 경제 식민의 구조를 막아야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기술혁신, 신기술 개발만이 당당한 나라를 건설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술만이 살 길이다. 부처님께서도 잘 살려면 먼저 기예(技藝)를 배우라고 말씀하셨다. 재물(재산)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기예부터 익히고, 그런다음 재물 늘릴 직업을 가지며 재산을 이미 다 갖추었다면 스스로 지키고 보호하라.” 하셨다.
부처님의 이말씀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에 꼭 필요한 말씀이 아닌가 한다. 나아가 국민 개개인에게도 장인정신이 살아나야 우리나라가 번영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장인(匠人)의 혼을 국민 개개인의 가슴에 불러 일으켜야 한다. 기술을 배우든, 돈을 버는 일을 하든, 사랑을 하든,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일념(一念)이 되어서 해야 한다. 그래야 성취할 수 있다.
한 방울의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고양이가 쥐구멍을 일념으로 바라보고 기다리듯이 그렇게 할 때 삼매의 경지, 장인의 경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장인정신이 이어져야 개인도 살리고, 이 나라도 살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시대정신이야말로 바로 이 장인정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 8월 23일 제115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