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11월 22일

혜총스님의 마음의 등불

수월관음도

혜총스님 5.png

백의관음무설설 白衣觀音無說說 백의관음 말없이 말씀하시고

남순동자불문문 南巡童子不聞聞 남순동자 들음 없이 들으시네.

병상녹양삼제하 甁上綠楊三際夏 화병 위 푸른 버들 늘 여름이요

암전취죽시방춘 巖前翠竹十方春 바위 앞 남색 대나무는 봄을 알리네.

관세음보살을 찬탄하는 게송입니다. 이 게송과 어울리는 그림이 수월관음보살도입니다. 달 밝은 밤 하얀 옷을 입은 관세음보살님이 거룩한 모습으로 외딴 섬 바닷가에 앉아계시면서 말씀 없이 설법하시는데 오른손에 꽃병을 들고 계십니다

그 꽃병에는 푸른 버드나무가지가 꽂혀 있고, 병 속에는 중생들의 병고를 치료하는 감로수가 들어 있습니다. 푸른 버드나무는 중생들의 탐욕과 분노의 열기를 식히기 위하여 그늘을 드리워주는 의미입니다. 왼쪽에는 바위가 있고 그 앞에는 푸른 대나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바위와 푸른 대나무 숲은 관세음보살님이 계시는 곳은 어디를 가도 늘 봄이라는 뜻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따뜻한 봄날처럼 만 중생들을 다 감싸주시므로 대자대비의 따스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왼쪽에 남순동자가, 오른쪽에 해상용왕이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차례대로 친견하려고 남쪽으로 구법 여행을 떠나므로 선재동자를 남순南巡동자라 합니다. 순례 중에 선재동자는 인도 남쪽 바닷가에 연한 보타락가산에서 28번째 선지식인 관음보살님을 만납니다. 남순동자는 관세음보살님을 뵙고 중생구제의 대비심을 가슴에 새깁니다.

그런데 두 분은 항상 함께 있지만 말이 없습니다. 말이 없으면서도 설법을 하고 또 알아듣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끼리 서로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환히 알듯이 그렇게 통합니다. 서로 말이 없어도 즐겁고 편안합니다. 원망도, 질투도, 불만도 없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이입니다. 말없는 설법과 들음이 없는 들음은 지혜를 뜻합니다. 관음보살님이 중생들을 제도하시는 일도 반드시 말씀으로써만 함이 아닙니다. 말없이 자비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설법을 하십니다. 무언無言의 설법입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는 바닷가의 외로운 섬에 계시면서 항상 말씀 없이 온화한 미소를 띠고 계시지만, 말씀 없는 가운데 항상 푸른 버들잎과 대나무를 통하여 법문하고 계십니다. 남순동자는 그 법문을 들음 없는 가운데서도 잘 듣고 관세음보살님의 뜻을 잘 받들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관음기도를 할 때나 염불을 할 때도 이와 같은 관세음보살님의 깊은 법문이 가슴 속에 사무쳐 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믿는 종교가 뭐든 어떤 기도로 가피를 입기 위해서는 남순동자처럼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념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하는 마음이 불보살님이나 예수님, 천주님께 가 닿으려면 간절한 일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임과 한 마음이 되어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의 뜻을 임이 아시게 됩니다. 기도가 이루어질까 하는 생각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기도할 뿐입니다. 임을 가슴 속에 모시고 오로지 부를 뿐입니다.

[20233241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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