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날씨가 섭씨 10도 대로 떨어졌다. 쌀쌀한 느낌이 따뜻한 국물을 부른다. 지하철 역사 안 어묵가게에도 사람들이 조금씩 북적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게에서 삐어져 나온 어묵국물 냄새가 끈적거리는 몸에 달라붙어 불쾌감을 더하지 않았던가.
계절변화에 무척이나 영악한(?) 나는 코를 벌름거리며 국물냄새 쪽으로 시선을 던진다. 후루룩, 짭짭! 어묵을 깨물고, 뜨거운 국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묘한 괴성들이 문틈으로 빠져나온다.
출근길 어묵탕 냄새가 끝내 점심때 국물을 떠올리게 했다. 며칠 전 횟집 앞을 지나치며 봤던 입간판, 물메기탕 합니다! 이즈음 물메기탕만 한 국물음식이 있을까.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횟집을 달려갔다. 어라, 횟집 앞 수족관에 물메기가 없지 않은가. 샅샅이 뒤져봐도 ‘못난이’ 물메기는 보이지 않았다. “사장님, 물메기탕 안 해요? 가게 입구에 물메기탕 한다고 홍보간판까지 세워져 있는데요.” “미안합니다. 물메기탕 안합니다. 며칠 전 딱 하루만 장사하고는 더 이상 물메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바닷물 온도 때문에 물메기가 전혀 잡히지 않다고 합니다. 언제 올지 기약도 할 수도 없네요. 미안합니다!”
기후변화가 바다에서도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 모양이다(물론 뉴스를 통해 기후변화 관련 내용은 알고 있기만 했지만, 직접 내 입에 들어갈 음식을 놓고 겪어보니 조금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제철 생선도 새로 정해야하지 싶다. 가을전어도 들쑥날쑥한 출하량 탓에 횟집들이 장사에 고전했더니. 물메기탕 한 그릇 맛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돼 간다. 기후변화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