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밥, 보리밥, 찰보리밥, 율무밥, 쥐눈이콩밥, …. 세 살에서 다섯 살짜리 유치원생들의 점심식사 메뉴다. 한결 같이 식감이 거친 것들이다. 다 큰 젊은이들도 식감 탓에 먹기 꺼리지 않은가. 물론 나처럼 익어가는(?) 나잇대는 건강을 핑계 삼아 꾸역꾸역 삼키고 있지만.
우연한 기회에 요즘 유치원 어린이들의 식단을 들춰보게 됐다. 한 끼 3천원이 조금 넘는 식단에는 ‘건강’을 고려한 영양사의 고뇌가 넉넉히 읽히고도 남는다. 급식을 모니터링하는 엄마들의 평가도 ‘영양사의 고뇌’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좀체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메뉴구성이 좋았다’면서.
한편에선 비용의 효율성을 따져보니 맘속에 작은 저항이 일었다. 애들이 과연 이 거친 밥그릇을 싹 비울 수 있을까. 그냥 배식받자마자 통째 잔반통으로 직행하지나 않을까(오전 오후 두 차례 간식은 주로 빵이며, 치즈감자, 떡볶이 같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럼 예산낭비이지 않은가.
이 저항에 대한 궁금증을 곁에 있는 현장 선생님께 따지듯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에 나는 입을 닫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식사도 교육의 한 부분입니다. 식단에 오른 밥이나 반찬 하나하나마다 다양한 영양소를 알려주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거죠.” 여전히 편식이 심한 막내는 유치원 식사교육에서 뭘 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