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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통일비용과 북한 지하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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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소년들은 자주 궐기에 나섰다.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소리쳤고, 때로는 가슴팍에 새겨진 리본으로 표현했다. 핵심은 ‘무찌르자,공산당!’ 또래인 승복이가 무장공비에게 무참하게 희생됐을 때 정점으로 치달았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그 단말마에 반공소년들도치를 떨었다. 마치 제 한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간 듯이. 북한은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공소년들도 괴수들의 고향인 북한 땅이 부러울 때도 없지 않았다. 지리 시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북한 땅의 풍부한 지하자원은소년들이 사는 땅을 더욱 더 빈곤하게 만들었다.


무연탄의 보고였고, 마그네사이트광은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하고 목청껏 부르던 어린 마음속엔 북한의 지하자원이 우리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리도 외국에서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우리 것을 사용하고, 그래서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며칠 전 부경대에서 열린 신북방해양경제 포럼 창립 세미나는 한반공소년의 아득한 옛 꿈을 들춰냈다. 4차 산업혁명의 골간 물질인 희토류 1경1,700조, 질 좋은 철이 무진장 매장돼 있는 무산의 노천광산, 즐비한 금·은·동 광산, 텅스텐 매장량 세계 4위, 핵탄두와 로켓엔 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금속인몰리브덴 광산, 경제성 높은 망간과 니켈 광산, 세계 1위 매장량의 마그네사이트, 1천조에 달하는 석회석, 석탄광산 241곳, 금속광산 260곳, 비금속광산 227곳 등 광산 728곳…. 주제발표를 하는 교수의 한마디 한마디가 반공소년의 오랜 기억을 꿈틀거리게 했고, 사라졌던 통일의 염원을 일깨웠다.


북한 땅에는 첨단제품 및 녹생성장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되지만, 매장량이 극히 적고 지역적인 편재성이 큰 희유금속이 지천에 널려 있단다. 광물의 수입대체 효과만도 45조원에 달한다고. 이런 걸 감안하면 통일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그는 단언했다.


그날 세미나에 앞서 최근 남북관계 급진전을 우려의 시각으로 전한한 야당 정치인의 말을 정면에서 반박해 버린 셈이다. 그 국회의원은 통일되면 남쪽에서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고, 그 값비싼 비용은 오롯이 우리정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개선을 통해 경제지도를 넓혀 보려는 포럼 참석자들의 열정을 짓뭉갰다.


수백조 단위로 들어가는 통일 비용은 회수하는 데만도 최소 20년이상 걸린다는 말도 덧붙이면 행사에 초를 쳤다. 그가 몸담고 있는 정당이 집권했을 때 당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고, 그 소속 정당 정치인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말에 찬사를 늘어놨던 게 불과 엊그제 일이다.


야당 정치인이 무슨 말을 했건, ‘반공소년’은 그날 세미나를 통해 오래 전에 품었던 통일의 꿈이 여전히 영글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여전히 북한이 부러웠다. 어디 나뿐이랴. 그날 참석한 한 패널도 그랬다. "근데, 왜 소중한 광물자원들이 북한 땅에만 많이 매장돼 있나요? 남한은 왜 없을까요?"


[2018622일 제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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