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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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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는 내내 불편하다. 최선을 다하는 젊은 열정, 화려한 퍼포먼스와 기술, 아름다운 경쟁.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이 펼치는 가슴 흐뭇한 장면들이 수도 없이 펼쳐지는데도 말이다.


옥에 티는 보는 관중들의 지나친 승부욕과 엇나간 애국주의. 캐나다의 여자 쇼트트랙선수가 우리나라 네티즌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우리선수가 은메달을 뺏기게 된 데 원인을 제공했다는 생각 때문. 그녀의 SNS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로 도배질됐단다.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했다 해서 보호요청까지 했다는 캐나다 언론의 기사도 있었다.


그저께는 국내 선수 둘이 네티즌들의 비난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끝내 두 선수는 언론 앞에서 나서서 백배사죄했지만 한번 불붙은 포연은 쉬 가라앉지 않았다. 외려 그들의 기자회견과 사과는 더 큰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영원히 국가대표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국민청원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상한 애국주의는 금메달을 기대했던우리 여자선수가 은메달에 그치자 ‘경기 당일 코치가 해당선수를 새벽 일찍 깨우는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그랬다는 댓글까지 활개 치고 다닌다.


혼신의 연기를 펼쳤으나 연기 도중 실수를 지울 수가 없어 홀로 빙판 위에서 눈물을 훔치는 피겨스케이터, 출발 총성과 동시에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레이스를 포기해야만 했던 스피드스케이터. 이들의 아쉬움과 눈물 뒤에는 4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있어서다.


아직 평창올림픽은 더 남아 있다.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가 그만큼 더 있다는 뜻이다. 경기를 앞둔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컨디션 조절. 코치진이 선수들에게 스마트 폰을 빼앗는 이유도 쓸데없는 댓글이나 네티즌들의 반응에 맘 흔들려선 안 된다는 이유일 터.


여자 팀 추월경기를 펼쳤던 두 선수도 자신들의 주력 경기인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있다. 그들도 4년의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온 선수들이다. 어린 그들에게 비난보다 격려를 보내야 할 때이다.


[2018223일 제9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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