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안창마을 연탄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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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몹시도 가팔랐다. 얼마나 올랐을까. 점점 하늘이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강철심장 가진 자동차라지만 그도 역시 헉헉대기는 마찬가지. 그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랐다. 등에는 삶의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데워줄 뜨거운 용암을 짊어지고 있다.


멀리 도회지 빌딩들이 까마득하다. 수은주는 급격히 떨어졌고, 게다가 데려온 바람이 품고 있는 한기까지 살을 엔다. 지친 삶들의 아궁이로 안내돼야 할 연탄들이 자꾸 보챈다. 빨리 데려달라고.


끊긴 찻길을 누군가는이어야 한다. 역시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다란 인간 띠를 만든다. 아이의 손에서 전해진 까만 연탄은 엄마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아이에게, 어른들에게 건네진다. 앞으로 나아간다, 따뜻함이 못내 그리운 허름한 집 안으로. 물끄러미 그 장면을 바라보다 문득 도종환의 시를 떠올린다.


담쟁이.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같은 아이들의 손이 험난한 복지사각의 벽을 타고 올라 세상의 온기를 전한다. 담쟁이 손들이 전해준 연탄들이 할머니의 집에 차곡차곡 쌓아진다. 이 연탄 한 장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거다. ‘방구들 선득선 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하늘 아래 첫 동내인 안창마을에서. 시커멓게 얼룩진 아이들의 앳된 얼굴에서 대한민국의 뜨거운 미래를 찾는다.


아이들은, 안도현 시인의 시(연탄 한 장)처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한 장의 연탄이 됐다. 머리 희끗한 장년은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 여태껏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던’ 제 삶을회억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만히 박수를 보낼 뿐이다.


[20171222일 제9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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