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이제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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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다. 노란 산수유는 벌써 겨울잠 자던 개구리까지 깨워서 데려왔다. 산수유의 재잘댐에 바로 옆 목련이 아직 잠결에 어린 커다란 눈두덩이 게슴츠레하다. 이내 하얀 눈동자로 봄을 휘둥그레 맞이할 태세다.


기세등등한 동장군의 까다로운 수발도 마다않던 동백이 산수유와 목련에게 조용히 제 자리를 내주고 있다. 아무리 떠나는 처지지만 ‘이기고 지는’ 셈법만 따지는 인간사와 달라서 떠날 채비 서두르는 붉은 동백이 오늘따라 더욱 당당하다.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짹짹짹, 하면서 동백꽃의 겨울응원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해준다. 뒷산 숲속에서도 이미 작은 봄기운이 배어있다. 새들의 지저귐이 봄의 왈츠 같다. 경쾌하다. 발레라나의 발끝처럼. 물오른 나뭇가지를 타고 봄기운을 맛보고 발끝에 묻힌 생명의 기운을 내 아파트 쪽으로 물어올거다.


지난 가을에 졌던 나뭇잎은 오늘 숲의 강보로 태어난다. 저 아래 숱한 생명의 싹들이 움찔거리고 있겠지. 아침 등산 나서는 어르신들의 따뜻한 온기까지 저 덤불 속에 더해져 생명 소리는 어제보다 더하겠지. 연두 같은 햇살이 아파트 위로 쏟아진다.


아직은, 한겨울 한 데서 놀다가 따뜻한 안방으로 금방 뛰어든 아이의 옷에 묻어 있는 한기가 봄기운에서 감지된다. 오싹오싹한 느낌은 풋풋한 기운 덕에 참을만하다. 손끝에 전해지는 아침 한기도 어느새 화롯불 온기가 뒤섞인 듯 상큼하게 반갑다.


낮 기온 섭씨 17도. 봄이 왔다고 새처럼 지절대는 것조차 겸연쩍 할 정도다. 콜록콜록, 아지겨운 이 추운 겨울 어서 지나갔으면…. 개구쟁이들이 굳이 겨울을 탄핵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물러남을 아는 게 자연이다.


봄은 겨울을 탄핵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제 스스로 물러나며, 외려 겨울의 자상한 손길에 이끌려나오는 게 수줍은 봄이다. 봄은 강제의 산물이 아니라 순리의 깨침이다. 올 봄 대한민국 국민들은 따뜻함을 즐기면서계절의 순리도 깨우쳤으면 좋겠다.


[2017324일 제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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