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새로운 노인 의료복지 모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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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다섯 노인씨는 매일 각종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릎이 아팠다가, 어느 날 허리를 펴지 못한 정도로 시달린다. 어디 그 곳 뿐이랴. 관절마디가 있는 곳이면 욱신욱신 쑤셔댄다.

평생 일손을 놓지 않고 있다가 정년퇴직하고 한두 군데 더 일하다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된 지 불과 칠팔년 남짓. 몸도 고장날만하다고 여기지만 노인씨는 몸의 통증보다는 의료비 걱정에 더 자신을 괴롭힌다.

수백만 원이라는 교사나 공무원 출신 친구들의 연금은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노령연금에 자녀들의 용돈으로 노후를 꾸려가야 하는 노인씨는 쪼개고 또 쪼개 써야만 한다. 몸의 통증쯤은 당연히 견뎌내야 하는 항목이다.

행여 통증을 무시하다가 나중에 큰 병으로 이어져 자녀들에게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지울까 하는 걱정이 없진 않다. 그마나 주변 그의 친구들도 사정이 그와 매한가지라는 게 위로 아닌 위로인 셈이다.

노인씨는 앞으로 이런 고민을 좀 덜 수 있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산의 노인들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통해 한의원 개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수요가 큰 노인들이 직접 십시일반으로 출자해 결성된 이번 의료생협과 한의원 개설의 성공여부에 따라 앞으로 새로운 의료복지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주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초대이사장 이규백)212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대강당에서 조합설립에 동의한 570명 중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했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은 오는 3월 부산 서면에 한의원을 개설하고,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 등과 협력해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증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은 부산 최대 졸업생을 배출한 한국건강대학 총동창회 회원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 치료를 할 수 있는 한의원 개설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한국건강대학은 부산대 경헌실버아카데미, 신라대 신라시니어스아카데미와 더불어 부산의 대표적인 노인건강관련 평생교육기관이다.

20106월 서면 온종합병원 부설기관으로 출발한 사단법인 한국건강대학(이사장 김진일 전 특수학교 교장, 학장 서국웅 전 부산대교수)은 졸업생 수만 5천여 명. 부산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은 지난해 말 첫 발기인 모임을 가졌고, 지금까지 570여명의 조합원이 총출자금액 1400만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대부분이 한국건강대학을 졸업한 65세 이상 노인들이다.쥐꼬리 국민·노령연금이나 자녀들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터여서, 이번 의료생협을 통한 저렴한 한의원 이용혜택은 그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은 앞으로 관할 부산시로부터 조합 설립인가를 받는 대로 늦어도 3월중 한의원을 개설할 예정이다. 한의원 개설 장소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부산 최대도심인 서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1, 2호선이 통과하는 지역이어서 어르신들의 이용편의를 고려한 듯하다.

이미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의 설립 취지에 공감한 서면 소재 한 빌딩주가 저가에 임대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한의사도 명문 한의대 출신이면서 왕성한 진료활동이 가능한 40대 여의사를 이미 뽑아놨다고 한다. 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조만간 내 한의원을 갖게 되는 셈이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 조합원이 누릴 혜택은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게 한의원을 이용할 때 진료비를 대폭 할인받는다는 거다. 한의원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는 한국건강대학과 총동창회 운영경비로 쓸 수 있고, 생활이 어려운 동창회원들이나 불우이웃들에게 무료 진료 지원을 하기로 했다.

노후생활을 노령연금이나 자녀 용돈 등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의료비 절감에 도움을 주고, 우수한 우리 한의학의 명맥을 잇겠다는 게 우리 의료생협의 설립 목적입니다. 이 의료생협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고령도시 부산에서 새로운 노인의료복지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규백 초대이사장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노인씨들의 복지 미래가 한국건강대학 의료생협의 성공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2017223일 제8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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