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4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고 령 자



임종수.jpg
 
일본노년학회와 노년의학회에서 ‘고령자’ 기준을 상향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뉴스를 일본 여행 중 들었다. 65세에서 75세로 열 살 올리자는 거다. 아니, 그럼 연금수령 시기도 10년 뒤로 밀리는가? 퍼뜩 떠오르는 게 서푼어치도 되지 않을 연금 걱정이었다니.


일본노년학회의 고령자 상향 제안은 바로 내 염려부터 놓치지 않았다. “고령자의 정의를바꿈으로써 사회복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지 않다. 어디까지나 의학·의료 입장에서 제안한 것이다. 국민이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작업을 이끈 오우치 야스요시(大內尉義)도라노몬(虎の門) 병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란다. 의료발전등으로 지난 20년간 노화속도가 느려져서 현재 노인들은 과거 노인보다 생물학적으로 5~10년 정도 젊어졌다는 거다.


그런 만큼 더 많은 고령자들이 취업이나 봉사활동 등 사회생활을 하게끔 참여를 이끌어야한다는 의도에서 고령자의 나이기준을 높이자는 거다. 뉴스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게 일본의 기차역 광고들. 우리나라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역사마다 거의 병의원 광고들이었다.


주로 내과, 비뇨기과, 안과, 치과의원 등 고령자들을 겨냥한듯했다. 젊은이들을 노린 미용·성형외과의원 광고들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역사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왠지 고즈넉한 일본 역사 분위기만큼이나 일본 고령자들이 병의원과 한 몸으로 다가왔다.


병원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이 장수한다더니 일본사람들이 웅변으로 보여주는 건가. 같은 논리여서 ‘성형미인의 나라, 대한민국’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아무튼 지하철 출퇴근길역사에서 맞닥뜨리는 한 안내판이 늘 예비 고령자인 나를 짓누른다.


‘경로우대권 대상자(만 65세 이상)1952년 오늘(포함) 이전 출생하신분’. 지하철 무료승객의 기준이다. 만 65세 이상이어야 한다. 한때 10년 넘게 남았더니 어느새 턱밑까지 쫓아왔다. 공짜로 태워준다는 건 반길 일인데도 자꾸 마음 한 켠으로는 씁쓸해진다.


이런 마음을 달래려 대한민국에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고령자’ 명칭이 사라진단다. 지난해말 법적으로 만 55세 이상을 지칭해온 ‘고령자’를 ‘장년’으로 바꾸는 내용을 포함한 ‘고용상 연령 차별금지 및 고령자(장년) 고용촉진에 관한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대서다.


나는 75세가 될 때까지 노인 아닌, 장년(長年)인 셈이다. 장년(壯年)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장년(長年)이고싶은데…. 이건 병의원과 친해져서 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조 건부터 해결해야 하겠지.


다시 한번 기대한다. 어느 날 지하철 역사에서 마주치게 될 안내판 문구. ‘경로우대권 대상자(만 75세 이상) 1942년 오늘(포함) 이전 출생하신분’. 지하철 무료승객의 기준이다.
만 75세 이상이어야 한다.
지하철공짜 타기엔 나는 아직도 한창 젊었다. 고령자 기준 하나에 울고 웃는내 나이다.


[2017120일 제8419]

추천0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