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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도대체 속셈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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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하철안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색다른 단어와 조우했다. ‘마이티 덕(mighty duck)’. 퇴임을 한 달여 앞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지칭하는 거였다. 대통령제 아래서 임기 말의 대통령이라면 ‘레임 덕(lame duck)’이어야 맞다.

레임 덕은 미국 남북 전쟁 때부터 처음 생긴 말.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뒤뚱거리는 오리처럼 정책 집행에 일관성이 없다는 데서 생겨났단다. 오바마를 ‘절름거리는 오리’가 아니라, ‘전능한 오리’라 하는 데는 오바마의 60%대에 육박하는 국정수행 지지율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의 리더십에 불안을 느낀 적지 않은 미국시민들이 ‘차라리 개헌해서 오바마가 한 번 더 했으면’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5년 단임 직선제 대통령이 탄생한 이래 모두 지독한 레임덕을 시달렸다. 숫제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임기를 3, 4년짜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게 개헌이다.


제왕적 대통령중심제의 권력구조를 바꾸고, 대통령 임기도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하자는 게 개헌논의의 골자.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요즘 들어 개헌이 국정농단의 유일 치유책이라고 떠드는 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들의 속내가 뭔지모르겠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제왕적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가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비효율에 있으므로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 지방분권화 등을 도입해 대통령 1인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고?


나는 오랫동안 ‘몇몇의 대통령들’ 못지않게 ‘수 많은 국회의원들’의 무능력과 부패를 경험해왔다. 진저리나게. 5년 단임의 대통령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자고? 언제 한번이라도 ‘5년 단임’의 대통령이 국민들을 만족시켜줬어야 ‘최대 8년짜리’ 대통령을 신뢰하게 되지.


뭘, 누구를 믿고 또 3년 늘리자고 하나. 한결같이 재정 부실한 지방정부에게 권력을 나눈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왜 하필 탄핵정국에 개헌하잘까. 여러 이유로 헌법을 바꾸자는 이
들의 뒤엔 어김없이 대선주자들이 끼어드니 더더욱 그들의 속내가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조기 대선에 개헌 국민투표까지 돈 엄청 들지 않을까. 하긴 돈 절약한답시고 대선과 국민투표를 같은 날 하자 하겠지. 그럼? 다음 대통령 선거는 인물대결 구도보다는 개헌파와 비개헌파(혹은 반개헌파, 개헌 시기상조론자) 구도로 나뉘게 되고,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대통령 선거 쟁점은 흐려지겠지.


결국 유권자들은 ‘또 다른 최순실들’을 제대로 살피지도 못한채 억지춘향으로 제 소중한 권리를 떠넘겨야 하지 않을까. 개헌 주장하는 니들의 속셈은 도대체 뭐니? 믿을데라곤 ‘마 이티보터(mightyvoters)’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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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3일 제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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