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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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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속, 대개 스마트 폰에 열중이다. 그렇지 않은 몇몇은 언제나 팔짱을 끼고 있다. 두 팔을 마주 걸어 양손을 겨드랑이 밑에 넣거나 팔뚝 위로 올리고 있다. 나 역시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손으로 뭔가를 하지 않을 땐 어김없이 팔짱이다.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채 있는 건 왠지 어색하다. 두 손을 두 다리 위로 다소곳이 모으고 앉아 있는 것도 마찬가지.
 
팔짱만큼 편한 자세가 없다. 팔짱을 끼는 행위는 상대에 대한 거절이나 방어의 표현이라고 한다. 팔짱으로 자기 앞쪽에 울타리를 침으로써 타인을 자기 영역 안으로 들여놓지 않게 하려는 거란다.
 
오늘 아침 문득, 난 왜 팔짱을 끼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곰곰 팔짱을 끼고 있는 자세부터 훑어봤다. 오른팔을 안쪽에서 심장을 감싸고, 왼팔이 바깥쪽에서 오른팔을 지지해 주고 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사람들의 자세가 저마다 제각각이다. 나와 같은 부류도 있지만, 정반대도 있다. 왼팔로 심장을 감싸고 오른팔이 왼팔을 지지하고 있다. 왜 그럴까. 습관 탓인가. 혼자 우스개 상상을 해본다.
 
오른팔을 심장을 감싸는 팔짱은 보수적인 성향, 그 반대는 진보성향인가. 괜히 ‘좌우’ 이념을 갖고 장난질 쳐본다. 추석 연휴 전날 아침 병원회의 때 윤선희 의무원장의 얘기가 떠오른다.
 
그가 갑자기 팀장들에게 각자의 이마 위에 영문 알파벳 대문자 ‘E’를 그려보라고 했다. 헉,
팔짱처럼 이 또한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반반씩으로 갈렸다.
 
어떤 팀장은 자기 시선기준으로 이마 위에 ‘E’라를 썼고, 또 다른 팀장은 마주보고 있는 상대방이 올바르게 읽을 수 있도록 ‘E’를 그렸다. 개개인의 공감능력에 따라 ‘E’를 다르게 쓴단다.
 
상대가 보는 방향에 ‘E’를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윤 원장의 설명이었다. 팔짱에도 그런 의미가 담긴 걸까. 내 팔짱 자세는 또 어떤 심리상태일까.
 
인터넷에 흥미로운 글이 있어 옮겨본다. 나처럼 팔짱이나 깍지를 왼쪽으로 끼는 이는 감각적인 인간형이란다. 본능에 충실하고, 남들이 이해나 설득시키기 어려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문인들이나 예술가들이 주로 나 같은 팔짱이나 깍지를 유지하고 있단다. 나는 감각적이고, 고집스럽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인가 보다
 
 
[2016년 9월 27일 제8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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