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rent Date: 2024년 05월 03일

임종수의 세상만사

생소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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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난 지 이틀째, 놀란(?) 부산사람들의 판세 분석이 끊이질  는다. 직장에서, 식당에서, 술집에서 복기하고 또 복기한다. 결론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여당이 오만했다는 거다.
 
병원 이웃에 사는 70대 어르신은 난생처음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 지독한 몸살에도 기듯이 투표장을 찾았다. 한 차례도 배신하지 않은 특정정당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그 정당 후보의 됨됨이를 따져본 적도 없다. 정당에게 부여된 기호대로 찍기만 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었다. 그 어르신이 투표장을 외면한 건 뼛속 깊이 배어 있는 자신의 ‘무작정’ 투표행태가 두려워서다. “민심과 동떨어진 후보를 찍을 수 없었다.” “사팔뜨기를 내세워도 당선된다며 유권자를 무시하는 여당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그분처럼 투표장을 찾지 않은 어르신들이 꽤 많았다. 올해 첫 총선 투표를 한 20대 젊은이.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권을 비판하기로 했다. 생소한 첫 경험이라 나름 선거정보를 꼼꼼히 챙겼다. 직장동료들로부터 후보 면면을 속속들이 들었다.
 
그의 지역구엔 부자가 30년 이상 지역 대표자로 행세하고 있었다. 5선의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3선을 노렸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도 꼼꼼히 살폈다. 나름 선택기준도 정했다. 젊은 후보가 우선이었다. 자기또래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어서다.
 
제1, 2당 후보 모두 젊었지만 부자세습만은 막고 싶었다. 머릿속에 금수저, 흙수저가 자꾸 떠올라서다. 두 번째 선택기준이 소속정당. 야당이 좋다고 했다. 왜? 들어보니 이유가 아주 단순하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한 야당 후보와 페이스북 친구 관계여서 SNS를 통해 자주 그의 주장을 접했고, 맘에와 닿았다고. 그 청년이 존경하는 정치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 초등학교 시절을 통째로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단다.
 
누구와도 소통하고, 권위주의적이지 않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도 그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대부분 이번 총선에 기권하지 않고 투표했더라.”고 그 청년이 들려줬다.

늘 참여하던 어르신들은 포기하고, 늘 외면하던 청년들은 적극 참여하고…. 지금 부산시민들이 겪고있는 모처럼의 낯선 선거경험은 여기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2016422일 제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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