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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수의 세상만사

알파고(Alph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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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태권 브이, 우주소년 아톰. 내 기억 속에 가장 빨리 자리 잡은 철인인간들이다. 쇳덩이로 만들어진 로봇을 내 유년의 또래들은 그렇게 불렀다.
 
이들은 모두 인간 세상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생김새부터 투박했지만, 사람모습이어서 그랬을 터. 로봇태권 브이나 우주소년 아톰을 우린 사람처럼, 형제처럼, 이웃처럼 대했다. 그들은 때론미세한 감정 선마저 드러내 어린이들을 울먹이게 했다.
 
로봇(Robot)이란 용어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소설가 차페크(Karel
Capek)가 1921 년 발 간 한 'R.U.R(Rossum's Universal Robots)'
이라는 희곡에서 처음으로사용됐단다.
 
로봇의 어원 역시 체코어의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 ‘로보타(robota)’에서 따왔다고. 그 어
원에서 유추되듯 로봇의 역할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할 뿐이었
다.
우리의 ‘로봇태권 브이’나 ‘우주소년 아톰’도 마찬가지였다.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1950년에 발간한 ‘아이 로봇(IRobot)’에서 아예 로봇의 행동을 규제하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해 있는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는 게 첫째 원칙.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고,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만 하는 게 두세 번째였다.

요즘 알파고라는 괴물(?)이 느닷없이 등장해 낭만적이었던 내 유년의 친구 로봇을 인간의 적으로 만들어버렸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알파고(AlphaGo)’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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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바둑 세계1인자 이세돌 9단을세 번 연속 물리쳤다. “놀이하듯 즐기겠다”던 이세돌 9단과 대한민국 바둑계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세계인들에게 ‘로봇’을 두려움의 존재로 충분히 각인시켰다. 로봇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해 헌신하기만 하는 수호천사의 얼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목격했다.
 
바둑의 역사는 4,000년.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게임으로 돌을 놓는 위치에 따라 경우의 수가 엄청 달라진다.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는 체스보다 구골(Googol, 10의 100제곱) 이상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으나, 알파고가 이런 사람들의 예상을 통쾌하게 깨버렸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나온 보고서 ‘우리의 직업을 얼마나컴퓨터에게 내줄 것인가’에서는 미국의 현존 702개 직업 가운데, 20년 안에 그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의 직업이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기계에 내어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텔레마케터, 시계수선공, 택시기사, 회계사 등의 직업들이 사라질 확률이 높단다. 인공지능을갖춘 로봇들이 인간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많다. 다행히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1승을 거뒀지만, 인공지능을 갖춘로봇의 출현이 반갑지만은 않다.
기술발전은 멈추지 않을 테니까.로봇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오더라도, 1950년에 제시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행동을 규제하는세 원칙’을 지켜졌으면 좋겠다.
 
 [2016년 3월 30일 제7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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